국민일보 4월22일/편견 깬 하모니...꿈을 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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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12-29 00:21 조회3,6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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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장애인 5명으로 구성된 국민엔젤스앙상블이 20일 인천 남동구 성산효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데뷔 공연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주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올린 김유경, 플루트 박혜림, 색소폰 박진현, 비올라 백승희, 예술강사 조우석, 첼로 유은지. 인천=이병주 기자
자폐성 장애인 박진현(23)씨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색소폰을 불었다. 영화 ‘모 베터 블루스(Mo’ Better Blues)’의 동명 타이틀곡과 스티비 원더의 ‘서 듀크(Sir duke)’ 두 곡을 연주했다. 잠시 쉴 때면 객석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쳤고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했다.
박씨는 중증 장애인 5명으로 구성된 국민엔젤스앙상블 정식 단원이다. 최근 국민일보에 정규직으로 고용된 이후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창작)꿈꾸는 사람들’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후원하고 ‘꿈꾸는마을’이 주최했다. 비장애인 예술가도 함께 장고놀이, 판소리, 해금 공연을 펼쳤다.
국민엔젤스앙상블은 2부 첫 무대를 장식했다. 영화 ‘미션’에 삽입된 ‘넬라판타지아’ 등 익숙한 멜로디에 관객들이 매료됐다. “잘한다”는 함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이들은 전통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며 2시간가량의 무대를 마무리했다.
“그동안 음악이 취미생활이었다면 이제는 직업이에요.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꿈을 꾸며 연습했는데, 꿈이 일상이 됐어요.” 국민일보 직원으로서 첫 공연을 앞둔 심정을 묻자 플루트 연주자 박혜림(24)씨의 어머니 박상현씨는 이같이 답했다. 그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크면 뭘 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서글픔이 있다”며 “우리를 보며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직업으로 예술가의 길을 가기는 쉽지 않다. 첼로 연주자 유은지(25)씨 어머니 이미경씨는 “사무직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는데 어엿한 단원으로 들어가 큰 위로가 됐다”며 “이제야 사회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연주자 김유경(25)씨 어머니 이명숙씨는 “음악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워 걱정했지만 아이가 좋다고 해 꿋꿋이 이 길을 걸어왔다”며 “가다 보면 길이 생기겠지 하고 믿었는데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비올라 연주자 백승희(26)씨 어머니 정향미씨는 “계속 악기를 하게 된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관객으로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을 이용하는 노인 100여명이 초대됐다. 70대 이광자씨는 “이런 공연을 처음 봤는데 아주 잘해서 장애인인 줄 몰랐다.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공연을 기획한 정창교 국민엔젤스앙상블 단장은 21일 “장애인은 성인이 되면 갈 곳을 찾기 어렵다”며 “9년 정도 음악을 해온 5명은 그간 장학금으로 매달 30만원, 혹은 연주비로 매번 5만원을 받아온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이 사회에 나와 세금을 내는 시민이 되는 첫걸음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연출가로 참여한 이문주 인간문화재는 “장애인과 공연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다들 비장애인 못지않게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엔젤스앙상블은 오는 27일 인천 중구 하늘문화센터 공연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갖는다.
인천=박세원 기자 on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4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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