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5면/가장 보통의 음악회-좋아서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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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09 23:34 조회1,0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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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음악회_좋아서하는 노래
글=정가희 사진=국민엔젤스앙상블
부산에서 근무하던 시절 특수학급 방과후 활동으로 음악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들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 해 열린 학예회에서 아이들과 합주를 진행했다. 각자 자신이 맡은 탬버린, 북, 새피리 등의 악기를 활용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했고, 정말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그 연주회를 계기로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감이 넘쳐났고,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음악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은 참 놀라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완벽하게, 멋진 기교를 부려가며 노래하거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인가? 아니다. 우리가 음악을 즐기는 이유는 그냥 좋아서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트로트일수도 있고, 대중가요일수도 있고, 클래식음악일수도 있고, 국악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이 노래가 정말 좋다~! 이 노래를 즐겨야한다고 가르쳐주거나 그렇게 인도하여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다.
드림피플앙상블과 영종예술단의 노래를 들으며, 정말 좋아서하는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억지로 시킨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는 기쁨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발달장애가 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연습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 '김총명'씨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진심을 느꼈다.
종종 장애인이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경우를 보고 사람들은 '대단하다.',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등의 평가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장애가 있더라도 그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취향을 갖고 있으며, 예술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가 장애를 이유로 그들의 성취에 대해 동정의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잘못된 장애인관을 갖고 있어서 일수도 있다. 장애학에서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의료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으로 나누어 본다. 의료적 관점은 장애를 개인의 어려움, 손상으로 보면서 치료를 받아야하고 장애를 개인이 극복해야할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은 장애를 사회적 억압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보고, 개인이 아닌 사회가 변함으로써 장애를 보완해줄 수 있다고 본다. 의료적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이 예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은 것은 당연하고, 개인이 극복해 나갈 만큼 장애정도가 경도이거나 가족 등의 노력을 통해 엄청난 도움을 받아야하므로 '대단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장애인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회, 평등한 환경이 마련되어서 장애인도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드림피플예술단과 영종예술단의 공연을 보며 마음으로 붙인 이름은 '보통의 음악회'이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아 이들의 음악회가 자연스럽게 열릴 수 있는 음악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성인장애인들 중 여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경우가 무척 적었다. 장애인고용훈련센터에서 취미생활을 하나의 과목으로 두고 성인기를 위한 준비를 해준다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어쩌면 장애인이 여가를 즐기기 어려운 것은 당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장애때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가 새로운 여가생활을 갖기 위해서 하는 활동은 어떤 것이 있는가? 문화센터에 전화를 해보거나 검색을 해서 시간대별로 어떤 과목이 있는 지 확인해보고 그 과목을 들을 때 필요한 수강료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고, 홈페이지나 여러 공지사항을 확인 후 그 수업의 준비물도 미리 챙겨간다. 그렇게 준비물을 챙겨서 문화센터가 위치한 건물까지 가는데, 처음 간 장소라서 길을 헤메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문화센터가 어딘지 물어물어 찾아간다. 자, 그런데 우리가 장애가 있다고 생각해보면 사회는 우리를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가? 문화센터의 공지는 얼마나 보기 쉽게 만들어져 있는가? 그리고 문화센터까지 찾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접근성이 좋은가? 마지막으로 문화센터 강사는 우리에게 얼마나 알기 쉽고,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해주는가? 이런 하나하나 작은 단계 속에서 장애인이 겪을 어려움을 한 번 더 생각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다면 사회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고, 그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가를 즐기기 위해 찾는 많은 장소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무려 휠체어 등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 등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성인장애인들이 여가를 즐기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 주변에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장애인이 극소수인 현실을 장애로 기인한 것으로 착각하며, '정말 대단한 장애인이다!'라고 감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에게 배려가 없었으면, 장애인 중 음악을 하고,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이리도 적을까?'라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드림피플예술단과 영종예술단의 노래처럼 좋아서 노래 부르는 장애인 청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래서 이런 음악회가 보통의 음악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런 시도들이 추후에 음악 외에도 운동, 미술, 춤 등 자기 결정권을 갖고 자기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장애인 청년이 더 많아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시도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이 노래하고, 더 많이 연주하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가면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시도를 보고, 장애인들이 하는 예술활동을 평범하게 보며, 이들이 예술활동을 하는 데에 사회가 협조하는 것이 필요함을 동조하지 않을까? 이들의 작은 바람이 점차 큰 돌풍이 되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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