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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꾸는사람들은 2011년 7월 창간호를 낸뒤 2017년 6월호까지 통권 25호를 발행했습니다.
ABC협회에 등록된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전문 문화복지 전문잡지로 36쪽 분량의 500권을 발간해 전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장애인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5-6면/우리동네한글꽃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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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9-29 00:05 조회9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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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꿈꾸는마을은 '영종도 문화예술오아시스' 사업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공항신도시의 공동체공간을 무상 임차해 성인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문해교육 교실을 열었다. 1차 6차시를 진행한 결과 장애인 당사자들의 변화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인도네시아 음식만들기교실 수업 진행이 중단됨에 따라 이 예산을 활용해 문해교육 16차시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읽고 쓴다는 것이 성인 장애인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인지 그 감동을 공유하고자 한다(편잡자주). ​


우리동네꽃피우다

우리동네한글꽃피우다

 

템북 대표 김선희

 

아 아아아 빠아~”

~ 아빠라고 했어. 아빠.”

언젠가 cf의 한 장면에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던 아기가 말을 한다.

아빠라고.

cf는 아기의 말에 부모가 기뻐하는 장면으로 끝나지만 외마디 단어로 말을 시작한 그 아기는 앞으로 수 만 가지 단어를 말하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며 언젠가는 책도 읽게 될 것이다. 처음 외마디 말을 듣고 기뻐하던 그 부모도 어느덧 그 기쁨을 잊고 살게 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스토리는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어떤 아기들은 아빠라고 말하는 것으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고, 어떤 아기들은 그 외마디 단어 같았던 아빠를 읽고 쓰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또 위대하고 멋진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종대왕님이 만드신 한글이 제아무리 쉬운 글자라 해도 그 글자를 읽고 쓰는 것을 배우는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어른이 다되어도 글자를 읽지 못해 답답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할머니들 중 누군가가 그러했고, 또 누군가의 자녀들 중 그럴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글자를 읽게 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일이다. 나와 친구의 이름을 읽을 수 있고 길가의 상가 간판을 읽을 수 있고 메뉴판을 읽고 고르며 영화의 자막을 읽고 즐기며 또 재미있는 책을 읽고 새로운 배움의 세계에 들어가는...이렇게 누군가에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일에 함께 하고 싶었다.

 

처음 우리동네꽃피우다 강의실에서 문해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만난 학생들은 4명이었다. 학생 4명이 매우 적은 수라고 생각되실 것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오산이다. 학생들의 모습도 나이도 다 달랐다. 20대부터 50대까지. 그리고 학생들이 다른 만큼 배울 것도 다 다르다.

출발점 진단부터 실시했다. 본격적인 문해교육에 앞서 출발점을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출발점을 알아야 학생의 수준과 진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4명의 출발점이 모두 달랐다. 그래서 같은 강의실에서 수준별로 4개의 수업이 진행되었다. 교사는 한명인데 어떻게 4개 수준의 수업이 진행 되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여러 가지 보조 도구가 필요하다. 노트북, 패드, 교재, 교구, 그리고 보조 교사. 함께 동행해주신 인솔 선생님께서 보조 교사로 수고해주셔서 수준별 수업을 어떻게든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주로 사용한 교재는 교육부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찬찬한글과 좋은교사출판사의 읽기자신감이었고 사용한 사이트는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유튜브 동영상 찬찬한글이었다.

 

다음은 각 학생 분들의 진행 상황이다.

 

1. ‘를 구분해서 익히는 초급 모음연습을 하게 된 한 학생 분은 찬찬한글 동영상의 모음체조를 따라하며 하하호호 웃으며 즐겁게 모음공부를 시작했다. 아마 그분 50평생 모음체조는 처음 해보셨을 것이다. 문해 교육에서도 모음부터 발음중심으로 배우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다. 이제라도 모음을 배우며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는 그분 모습을 보니 어렸을 때 이런 교육을 받으셨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마 그분이 어렸을 때는 문해 교육보다는 생활교육을 받으시기에 급급하셨을 거고 또 그런 분위기의 특수교육이었을 것이다. ,, , ㅜ를 배우며 쉬운 글자에서 배운 모음을 분리해 찾아내기 게임도 해보았다. 시간이 많니 걸리는 수업이었다. 6차시 분량을 진행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2. , , , ㅊ 의 발음 구분이 힘든 한 학생은 구강구조의 문제와 조음장애가 함께 동반되어 있었다. 주요 자음의 발음 구분이 안 되니 말하는 것도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발음할 수 있게 해드리려고 시도해 보았으나 세 번째 시간에 전략을 바꾸었다. 남의 발음을 듣고 구분하는 것부터 먼저 되어야 자신도 발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읽어주고 구분하게 했다. 이때는 자음카드가 필요했다. 급조해서 이면지를 잘라 만든 카드를 가지고 선생님이 들려주는 것을 잘 듣고 해당 소리의 자음 찾기 게임을 실시했다.

무한반복이었다.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 모두의 인내심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중간에 너무 지루할 것 같아서 수 카드로 수 감각 기르기 게임 등을 끼워 넣어 진행하기도 했다. 뭔가 교수방법의 다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3. 처음에 이 학생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말을 유창하게 잘 하셔서 글 읽기를 시켜보니 잘 읽으시는 듯하였다. ‘? 이 학생은 이 수업에 왜 왔지? 이렇게 줄줄 잘 읽는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더 자세히 진단해보니 얼핏 보이지 않던 구멍이 드러났다. 이중모음과 받침읽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추측해서 읽기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본인 수준에 맞는 글자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각 자모 음소의 소리값을 정확히 알아야 정확한 소리로 유창하게 읽을 수 있게 된다. 학생이 글 읽기에 재미를 느끼며 잘 따라와 주어서 꾸준히 지도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기대가 되는 학생이다.

 

4. 첫인상이 매우 인상적인 이 학생은 정말 한석봉과 같은 명필로 본인의 이름을 써 냈다. 놀라웠다. 글씨도 잘 쓰는데? 과연? 글은 얼마나 잘 읽을까? 정반대였다. 뛰어난 손재주가 있으셔서 본인 이름을 잘 그리신 거였다. 가갸거겨를 순서대로 읽지만 순서가 바뀌어 있으면 읽지 못하셨다. 그러니까 가나다라마바사를 외워서 읽는 거였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을 잡으려는데 첫 시간에만 출석하시고 그 뒤로 한 번도 못나오셨다. 가게 일이 바쁘신 것 같았다. 이렇게 글씨도 잘 쓰시고 외워서라도 읽으시려는 노력이 있으신데 나와서 배우시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어른 학생은 생계가 있어서 낮시간에 꾸준히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2020년 가을에는 조금 더 긴 프로그램으로 문해 교육을 다시 해보려고 한다. 봄처럼 가을에도 마스크도 써야 하고 체온 측정 및 일정한 거리를 두고 수업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글자를 배워서 읽고 쓸 수 있게 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은 배우는 자에게도 가르치는 자에게도 그 정도 번거로움을 아무 것도 아닌 것 마냥 여겨지게 만든다. 이것은 더 이상 뜻 모를 그림이 아닌 어떤 소리와 어떤 뜻을 가진 글자로 보이게 되는 그 날을 향하여! 더듬더듬 읽게 되는 새로운 눈이 열리게 되는 그 날을 향하여! 오늘도 결승점만 바라보는 거북이처럼 묵묵히 천천히 그렇게 걸어가 보자. 한 글자 한 글자 배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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