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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면/국민엔젤스앙상블 '꿈꾸는 사람들의 노래 공연'을 감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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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10 19:14 조회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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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엔젤스앙상블 ‘꿈꾸는 사람들의 노래 공연’을 감상하고

글=김선귀(서울시립뇌성미바복지관 사회복지사) 사진=예인아트

 

10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출근 후 오전 업무를 끝내고 점심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국민엔젤스앙상블에서 하는 공연 한번 볼래?”라고 말씀하시는 팀장님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랐다. 나는 본래 클래식과는 동떨어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물론 발라드 노래 또한 선호 하지 않아 들어보기도 전에 잠이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오우, 오랜만에 귀가 호강하겠는데요?”라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면서 어색한 점심시간이 지나갔다.

10월의 또 다른 어느날 팀장님의 “잊지 않았지?”라는 말과 함께 등에서 땀이 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과 함께 순진무구한 얼굴을 내비쳤다. 팀장님은 “또 까먹었어!”라며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눈웃음을 지으시며 “국민엔젤스앙상블 공연!” 이라는 말씀과 함께 밥과 함께 마음 속 한 켠에 삼켜 두었던 클래식의 멜로디가 내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나 또한 눈웃음을 지으며 “에이, 팀장님 제가 잊었을 리가 있습니까? 당연히 머릿속에 저장 해두고 있었죠.” 라고 말하며 ‘얼마나 좋은 공연이길래 팀장님이 이렇게 추천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엔젤스앙상블은 발달장애인 아티스트들로 비올라, 바이올린 등 단원 모두가 자폐 청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소개 글을 읽고 서야 팀장님께서 추천해주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장애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앙상블이라는 문구만으로도 공연을 듣기 전이였지만 흥미롭다라는 생각과 “이 분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복지관에 오시는 뇌성마비분들은 장애의 정도가 매우 다양하지만 중증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활동하시기 어려운 분들을 많이 접하다보니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은 문화 활동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한계를 내 마음 속에서 선을 긋고 있었던 것 같아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면서 직원들의 장애인인식개선교육 담당자로서 다양한 교육을 찾아보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다른 사람들을 인식개선 하는 것보다 내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장애인인식개선이라는 것을 꼭 강의를 통한 교육이라고만 생각 했던 나에게 국민엔젤스앙상블의 장애인식개선 연주회는 순대를 초장에 찍어먹는 것처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장애인 음악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 음악가의 꿈을 키워주는 사회적기업이 있고, 베토벤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장애를 극복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달장애인 연주가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머릿속으로 클래식을 흥얼거려보았지만 사실 클래식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어 아무런 소리도 그려지지 않았다. 이번 공연을 통해 고지식했던 나의 인식을 깨버리고 클래식의 재미를 느끼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많은 기대가 되었다.

공연은 내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편견이 깨질 만큼 인상깊었다. 사실, 내가 기대하는 공연은 발달장애인인 연주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선보이는 수준 높은 공연이었다. 하지만 이날의 공연은 다소 친근한 차림의 옷차림으로 클래식 연주하는 모습, 기타치고 창작곡을 부르는 모습, 다함께 인기가요를 부르는 모습 등 공연이 다채로워 마치, 학교 수련회에서 나의 친구가 장기자랑을 하듯 나에게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공연 내용이었다.

장애인 연주자가 베토벤, 모차르트와 같은 유명한 클래식 곡들을 연주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세상의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표현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최근 인천의 한 빌라에서 어머니가 없는 상태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나 크게 다친 뒤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 중 동생이 숨진 사건인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인천라면형제 사건은 뉴스기사에서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금을 하거나 제도를 개선한다는 등 많은 뉴스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들로 인천라면형제를 애도하며 돕고 있었다. 사실, 나는 공연을 장애인식개선의 한 부분에서 바라보았었는데 이날 공연은 <You raise me up>을 연주를 통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인천라면형제 사건을 애도하는 모습이 사람이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뜻 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은 창작곡도 좋았다. 특히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세상은 블루야>라는 공연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나에게 때 묻지 않은 맑음을 선물받는 느낌이었다. 이 곡을 계속 듣고 싶어 음원사이트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보았지만, 어디에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10년간 집에서만 살던 시각장애 겸 자폐성향을 가진 피아니스트의 연주와 초등학교 1학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 상태가 된 뒤 기적적으로 깨어나 살아가고 있는 신예지 등의 사연이 스토리영상으로 함께 소개되어 더욱 의미깊었다.

공연을 본 후 나는 매우 부끄러웠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매일 장애인을 만나며 장애인에 대해 편견없이 사람 그 자체로 바라본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공연이라는 말에 나는 이미 그들을 장애인으로만 바라보고 있었고,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얼마나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을까라는 초점으로 바라본 것이 부끄러웠다. 이 공연은 그저 사람이 사람으로서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며 그저 사람으로서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였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하지 않는 세상! 그 시작은 서로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장애가 없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사람을 사람 그대로 인정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한다. 오늘의 공연들이 널리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이 뭉클함이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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