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시와 산문계 등용문에 통과한 시각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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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2-10-09 00:57 조회3,57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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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교기자의 차별 없는 세상>
시와 산문계 등용문에 통과한 시각장애인들
MC: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의 실제 삶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시간입니다.
정창교기자의 차별 없는 세상!.
국민일보 정창교기자 전화연결했습니다.
♠ 정창교기자 인터뷰 ♠
1) 오늘은 한 시각장애인의 작품부터 소개해주신다고 하는데요. 작품부터 직접 소개해주시죠.
논두렁도 개울가도 산비탈도 아닌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자폭탄 떨어진 자리에 한잎 두잎 돋았다
잿더미가 되어버린 시체 위며 허물어버린 집
심지어 불타버린 고목나무 뿌리 사이에서도
푸른 잎으로 쑥쑥 돋아났다
그는 지금 봄을 기다리는 중일까
한국병원 304호 중환자실, 링거를 꽂은 채 잠든 사내 바짝 야위었다
방사능처럼 퍼져나간 암세포로 근육도 피부도 조직도 궤사 상태란다
손 끝으로 툭
날아가버릴 듯 위태로운 몸을 보며
그이ㅡ 몸속 어딘가에 쑥 한 포기 몰래 가져다 심어주고 싶은 날.
창밖을 서성이던 달빛 몇 줌 사내의 이마를 조용히 핥고 지나가고 있다
날이 새면 사내의 몸은 논두렁이 될까 개울이 될까
쑥 내음 가득한 산비탈이 될까
황폐해진 저 곳에 여린 새순들이 한잎 두잎 돋아나진 않을까
겨울이 지나갈 듯 말 듯 위태로운 2월의 마지막 밤 이었다
2) 작가 실제 투병기를 담은 작품 같은데요.
작품을 쓴 주인공!! 어떤 분인가요.
이 작품은 5일 오후 서울시립 경희궁미술관에서 열린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 운문부 대상을 받은 박성진씨의 작품 ‘쑥’입니다.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시각장애 청년시인 스물여덟살 박성진 씨는 “2살 때 불치병으로 죽다 살아났어요. 깨어났을 때는 시력은 손상된 상태였고, 대학에 재학 중이던 2009년 실명판정을 받았어요. 차츰 시력을 잃어가면서 시각장애인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것을 해야 겠다’ 등의 생각과 준비를 많이 해왔어요. 그리고 문예창작과에 입학했고, 시를 쓰게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시를 쓰는데 어려움이 많아요. 일단 폭 넓게 독서를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렵죠. 제 생각을 시로 풀어내는 것인데 검수는 제가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것도 어렵고요. 그래도 도전하는 거죠.” 성진 씨는 현재 대학원을 다니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3) 그렇군요. 장애인 문학상을 통해 정식으로 등단한 만큼, 박성진씨!!. 앞으로 작가로 활동하는게 꿈인가요.
“현재 국어교사를 하기 위해 사범 대학원에 다니며 공부하고 있어요. 글을 쓰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잖아요.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하고 글쓰기도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다보니 국어교사를 꿈꾸게 됐어요.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신춘문예에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질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심사위원들도 박시인의 시에 대해 주제가 강하고 충격적이며 현대시의 요건 갖추었음. 시인으로 대성 가능성 풍부하다고 평가했습니다.
4) 그렇군요. 또 이번 대전을 통해서 등단한 시각장애인 가운데 소개해주고 싶은 분이 있다구요.
우병채씨는 ‘열외의 이면(단편소설)’이라는 작품으로 산문부 대상을 받았습니다. 산문부 대상에는 8살 때 안암으로 실명한 스물일곱살 우병채씨의 ‘열외의 이면(단편소설)’이 차지했습니다. ‘열외의 이면’은 작품의 구성과 문장이 탄탄하며, 장애인의 생활을 담고 있지만 비장애인도 공감할만한 보편성 지닌 점 등에 큰 점수를 얻었고, 소설가로 대성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평을 얻었습니다. 우병채씨는 8살 때 안암으로 실명, 소외된 장애인의 삶 통해 현대인의 갈등과 고통 긴 호흡의 글로 썼습니다. 그는 “보편이란 이름, ‘궤도와 대열’이라는 주류에 온전히 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써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장애인의 입장, 주류에 속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서투르게나마 전하고 싶어 ‘열외의 이면’이라는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우병채 씨의 ‘열외의 이면’은 오래전부터 그의 내면 속에 발효되어 있던 이야기입니다. 체험을 통해 몸에 배어 있는 이야기. 그는 8살 때 안암으로 실명했습니다.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하여 한쪽 눈을 들어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다른 쪽 눈마저 시력을 잃게 됐습니다.
5) 힘든 투병과정에 대한 아픔이 크셨을텐데, 어찌보면 작품활동이 우병채씨에게는 큰 위로가 됐을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그는 “쓰는 것도 쓰는 것이지만 쓰기 전에 읽는 소설에서 먼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소설들은 허구를 통해서 진실에 접근하는구나, 인물들의 삶은 모두 다르지만 갈등하고 고통이 있다는 것은 모두 비슷하구나 등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작품 활동이 ‘장애극복’이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기회가 극히 제한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이 말만큼 폭력적인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좋은 의미의 말이지만 미디어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들거든요”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병채 씨는 “앞으로 문장 연습 등 기본기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 계획입니다. 글을 오래 쓸 수 있도록 말이죠. 쓰다보면 저만의 색깔이 짙게 묻어나는 장편소설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사위원들은 구성과 문장면에서 소설의 기본기능이 갖추어져 있고, 주제가 튼튼하며, 희망적이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애인의 생활을 담고 있지만 비장애인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비결이었습니다.
6) 미술대전도 같이 열렸는데, 미술대전 소식도 좀 전해주시겠어요.
미술대전 대상은 서양화가 김영빈의 ‘공감’, 서예가 성정자의 ‘나는 새 자취 남기나’라는 글씨가 받았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제 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미술대전 시상식에서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입상자 20명과 미술대전 입상자 137명에게 상장과 부상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시상식과 함께 미술대전 전시회 개막 테이프커팅식도 개최됐습니다. 미술대전 전시회에서는 금년 입상작 137점과 초대작가 작품 등 20점 등 모두 157점의 장애인 미술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금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에서는 20대 젊은 시각장애 작가들이 대상을 차지해, 향후 이들의 작품활동에 대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운문부(시, 동시)와 산문부(단‧중편소설, 동화, 수필)로 나누어 작품을 공모한 문학상에는 총 701점의 작품이 접수됐습니다. 부문별 심사와 심사위원회 회의를 거쳐 모두 20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신인들과 관록의 대가들이 함께 상을 받은 제22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과 미술대전이 문화복지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갈 수 있도록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수상작들은 한 권으로 책으로 묶여 소개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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