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iew 특별한 그림이 빛나는, 허름한 미술관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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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5-07 00:40 조회2,45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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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중 하나인 용현동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이름하여 ‘허름한미술관(인주대로 238번길20)’이다. 미추홀구 용현동 용일초등학교 후문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이름처럼 허름하고 소박하다. 적산가옥을 활용해 만든 이 미술관은 세련되고 화려하게 큐레이션 된 요즘 전시장과는 거리가 있지만 정겹고 푸근하게 느껴진다.
▲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중 하나인 용현동에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 이름하여 ‘허름한미술관’이다. 미추홀구 용현동 용일초등학교 후문에 자리한 이 미술관은 이름처럼 허름하고 소박하다. 허름한미술관 운영자 이정애씨가 미술관 입구에 앉아 있다..
허름한미술관은 지난 4월 1일 문을 열었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이는 동화작가 이정애(62)씨다. 이 공간은 이정애 작가의 딸인 화가 박소영(27)을 위한 전시공간으로 마련됐다. 박소영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진 화가로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미술관 개관기념전도 ‘멕시코 검은소’로 이름을 알린 그의 첫 개인전이었다.
“모든게 세련되고 고급화되는 세상에서 어디쯤 한곳은 이렇게 허름하고 낡은 듯한 공간이 있는 것도 괜찮은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딸도 자신의 작품이 걸린 공간이 생기자 이곳에서 오랫동안 앉아있고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이정애 작가는 발달장애인을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동화작가다. 그는 딸을 통해서 세상을 더 넓고 다양하게 바라보게 됐다고 한다. 사실 그가 동화작가로 데뷔하게 된 계기도 장애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서였다.
그는 199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동화 <뜨거운 이별>이 당선되면서 등단 했다. 10여 편의 동화를 담은 <똥물에 튀겨 질뻔한 우리아빠>를 썼고 두 번째 책 <내 인생에 태클을 건 당신>은 전자책으로 제작되었고, 책 제목을 바꿔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될 예정이다.
▲ 허름한미술관은 지금 이정애씨의 딸이자 발달장애 화가인 박소영씨 개관기념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박소영씨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가 40살 늦은 나이에 등단을 했어요.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소영이를 낳고 난 뒤입니다. 제가 국문학을 전공했기에 이런 특기를 살려 장애인의 인식을 바꾸는데 글을써 조금이나마 일조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정애 작가에게 딸 박소영은 인생의 큰 기쁨인 동시에 태클이기도 했다.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깊은 고민과 번민으로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다. 원망과 갈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아이를 이 사회의 일원으로 잘 키워내겠다는 결심을 한 후로는 오랫동안 해오던 국어강사에서 장애인복지관 인지치료사로 활동하며 장애인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 박소영 작가가 2020년 온라인으로 개최된 국제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인 '멕시코소'
▲ 박소영 작가의 작품.
▲박소영 작가가 싱가포르 글로리아 케와 콜라보한 작품. 작품명은 허수아비다.
딸 박소영 작가는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를 오가며 학교생활을 마쳤다. 그녀는 학교에서 유독 미술에 재능을 보여 학교에서 주는 미술상을 많이 받아왔다. 취미로 그리던 그림은 학교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박소영 작가는 2020년 10월 15일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주최한 제33회 전국장애인종합예술제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또 그는 작년 싱가포르 아티스트 글로리아 케와 함께 콜라보 작업을 진행했다. 글로리아케는 박소영 작가의 작품에 감명을 받아 박소영 작가가 스케치를 하면 글로리아가 색감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해 작품을 완성했다. 박 작가의 대표작인 ‘멕시코소’는 2020년 국제전에 참여했던 작품이다.
“장애인들은 일반인들처럼 사물을 보는 눈이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요. 그들만이 보는 독특한 세계가 있는 거죠. 그런 크리에이티브가 미술에 녹아들어 이색적인 그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이정애 작가가 허름한 미술관에서 딸인 박소영 작가의 그림에 대해설명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을 신체의 핸디캡이 있는 사람이 아닌 오래동안 길게 사랑하는 사람으로 봐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허름한미술관은 발달장애 화가인 딸의 작업실이자 전시공간으로 만들었지만 지역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작고 허름한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구경하러 들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가 그린 그림인지 모르고 관람했다가 작가가 발달장애인 이라는 사실을 알면 깜짝 놀라곤 한다. 관람객들이 방명록에 남긴 응원의 글은 화가에겐 다시 힘이되어 다시 붓을 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정애 작가는 ‘장애인(障礙人)’을 신체의 일부가 불편한 사람들이 그 장애를 극복하는 것으로만 여기지 말고 ‘장애인(長愛人)’ 즉 길게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람으로 봐주길 바란다. 이런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이란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장애인은 사랑이다’란 모토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한다.
▲ 허름한미술관에 비치된 방명록. 관람객들의 응원글이 가득 담겨있다.
허름한미술관은 박소영 작가의 상설전시 공간이자 장애인들을 위한 교류와 활동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은 편하게 모여 행사나 모임을 하기 힘든데 이 공간을 개방하여 그들이 마음껏 활용하고 놀 수 있도록 꾸민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글· 사진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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