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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23 19:15 조회96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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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입원을 >
글=동화작가 이정애
작가소개:인천중구장애인복지관 인지치료사 역임. 허름한미술관에서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딸 박소영 미술작가의 작업을 돕고 있다. 또 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로 사회통합이 어려운 장애인 당사자들을 삶 속에서 지원하고 있다.
<드디어 입원을 >
#1. 불쑥 나타남(충동성)
“선생님!” 수경은 높은 톤의 반가운 음성으로 하얀 대문을 밀면서 들어온다.
“어, 왠 일야?” 수경이가 소영 언니 집을 방문하는 날은 수요일과 토요일인데 예고도 없이 월요일에 나타난 것이다.
“보고싶어서요~~~” 배배꼬인 음성으로 살금살금 눈웃음을 치며 립서비스를 하는 수경을 선생님은 어쩌는 수 없이 들어오게 하고 소영 언니랑 함께 미술수업을 받게 했다.
수경 엄마는 1주일에 2~3일 새벽일을 나가신다. 수경이를 치유센터에 보내려면 깨울 수가 없어서 활동지원사이자 복지관선생님이기도 한 소영엄마,선생님에게 보내곤 하는 게 요즘 수경의 생활패턴이다. 그런데 오늘은 예고도 없이 불쑥 소영이 미술수업하는 시간에 나타난 것이다. 비단 오늘 뿐이 아니다. 이따금 이런 식으로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해서 옆에 사람을 놀래키거나 당황케 할 때가 여러 번 있다보니 그닥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하다.
#2. 삐뚤빼뚤 글씨쓰기(주의력결핍)
“수경이는 미술 하기 싫으면 일기 쓸까? 일기장 여기 있으니까.”
수경이는 대답 대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연필심을 입에다 집어넣으며 웅얼거린다.
“주기도문 쓸게요” 수경은 그래도 신앙심이 깊어 몇몇 찬양을 들을 때는 경건하게 두 손 모아 깊은 기도를 하기도하고, 찬양을 따라부르며 엉엉 울기도 한다. 선생님은 이 부분을 통해 수경의 회복 가능성을 믿고 싶어하는 것도 없진 않지만 어떨 땐 일부러 쇼를 위해 그러는 경우도 있는 것을 안다. 어쨌든 쇼라도 마음이 정화되는데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있겠나하는 긍정의 맘을 품곤 한다.
“그래, 그럼 주기도문 다 쓰고 간식 먹자.”
“간식? 뭐에요?” 먹는 것을 유난히 밝히는 수경답게 큰소리로 벌떡 일어서며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빨리 앉아 쓰기나 하셔. 다 끝내야 줄거야.” 짧고 단호한 음성에 금세 풀이 죽은 수경은 하릴없이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아멘까지 쓰더니 ‘선생님, 다 했어요. 검사해 주세요’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인다. 괴발개발 삐뚤빼뚤 글씨쓰기이지만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려는 자세가 기특하기만 하다.
#3. 선생님, 충전기 좀(도벽의 습관-자기가 필요한 건 어떡하든지 얻으려는 집요한 욕망)
“글씨 좀 똑바로 쓰면 더 예쁠텐데.. 천천히 또박또박 으이구~!”
배시시 웃으며 과자를 입에 넣는 수경은, 보란 듯이 자신의 전화기를 톡톡 두드린다.
“선생님, 충전기 좀”
선생님은 미술수업을 지나치게 방해하는 것 같아 아무 소리도 않고 충전기를 가져다주고 다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은듯한데 수경은 자신보다 지능이 낮은 소영언니를 통해 충전기를 다시 돌려보냈다. ‘벌써 충전했나?..’ 고개를 갸웃하며 충전기를 제자리에 다시 꽂으려고 하는 찰라에 충전기가 선생님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선생님은 꽂기 편하게 하려고 유성 매직으로 앞뒤 구분을 해놓았는데 수경이가 돌려보낸 충전기는 그런 표시도 없으려니와 코드 꽂는 부분의 전선 피복이 조금 벗겨져 있는, 한마디로 손상된 충전기였다. 쉽게 말하면 수경이가 충전기를 바꿔치기한 것이다.
‘맹랑한 것 같으니라고. 벌서 몇 번째야? 이 버릇을 어떻게 해야한담?..’중얼거리던 선생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미술실로 향하며 “ 임수경!” 하며 정색을 하고 이름을 천천히 또박또박 불렀다.
수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이 ‘네!“하고 왜그러냐는 듯이 빤히 쳐다보며 대답을 한다.
지난 번에 지갑에서 5만원을 훔쳐간 이후로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을 하고 용서를 해주었는데 여전히 사람 눈을 속인다. 몰래 냉장고 음식에 손대거나 음료를 축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먹는 것까지 말하기엔 좀 치사한듯하여 기분 나쁘긴 해도 아무 말도 않고 지내왔건만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이거 선생님 거 아닌데“
”선생님한테 빌린 거 맞아요. 저 없어요“
선생님은 충전기의 모양을 자세히 설명하자 조금 당황한듯하더니 가방을 뒤적이는 척하며
”자! 봐요 없어요.“하자 옆에 묵묵히 앉았던 미술선생님께서 한마디 거드셨다’
‘수경씨 아까 가방 뒤적이지 않았어요? 부석부석 소리가 나던데..한번 다시 보세요”
그러자 수경은 미술선생님을 째려보다가 “없어요. 자 봐요” 하면서 좀더 깊이 뒤적이니 하얀충전기가 나타난 것이다.
선생님은 하도 어이없어서 “어쩜, 너 그러니? 벌써 몇 번째야 안 그런다하고...“싫은 소리를 늘이니 수경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화난 얼굴로 홱 토라져서 그만 내빼듯이 밖으로 향했다.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미술선생님이 거들자 다시 한번 쫙 노려보더니, 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찬바람 나도록 찻길을 향해 휭~ 달려나가 버렸다. 잘못하고도 사과 않는 고집은 여전하다.
#4. 전화문자 그만해(자기위주의 사고방식)
바람돌이처럼 쌩하게 나갔던 민경은 서너 시간 지난 후부터 선생님 폰으로 계속 문자를 날렸다.
”선생님, 지송해요......“
”그래, 제발 다신 그러지마. 또한번만 더 그러면 선생님은 널 돌볼 수 없어. ......“
장문의 비문과 하트뿅뿅을 날리던 수경은 뜬금없이 밤11가 되어서 또 전화를 했다.
”선생님, 엄마 내일 새벽일 간대요“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엄마가 일가는 날은 오기로 했으니 할 수 없이 오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도 또 문자를 날리며 ”선생님, 교회갈 땐 어디로 가요? 선생님집으로 가요? 바로 교회로 가요?“
내일와서 물어도 충분하건만 자기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즉흥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오늘 저지른 도벽 행위의 괘씸함이 채 풀리지도 않았는데 수경은 막무가내로 사과하고는 모든 게 다시 제자리를 찾은 듯이 상대방 감정도 고려치 않고 자기 멋대로 문자 하고 전화 하고...
”선생님이 너무 늦은 밤 연락하는 거 아니라고 했지. 다른 사람 말도 귀 기울여 들을 줄 알아야지. 성경에도..“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수경은 전화기를 뚝! 끊었다. 일방적으로 연락하고 기분에 따라 일방적으로 끊는 행태 또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리고 새날이 되면 또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선생님~~~ 보고 싶어요. 선생님, 오늘 저녁 몇 시까지 갈까요?“하면서 새로운 메시지를 날린다.
#5. 벌써 돈을 다 썼어?(무계획성)
”선생님, 차비 없어요.“
”뭐라고? 엄마가 차비도 안 줬어? 네 카드 없니?“
“네, 엄마가 안 줬어요.”
또 무슨 일이 있길래 엄마가 카드도 안 보냈을까. 그래도 차비랑 밥값은 보내야 하지 않나? 의아하게 생각하며 수경 엄마께 전화를 걸어보았다.
“어머니, 수경이가 돈도 없고, 카드도 없다는 데 무슨 일일까요?”
“참, 너무 어이없어서 카드를 뺐았어요.”어머니는 기다렸단듯이 대뜸 기가막히단 탄식조를 늘이셨다.
“글세 며칠 전에 10만원 충전해줬는데 그걸 벌써 다 쓰고..”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어조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였다.
“어디다 썼대요?”
“크게 쓴 데는 없는데 소소하게 과자 사고 아이스크림 사고 커피 마시고 ......동네 꼬마들하고 어울리면서 돈을 쓰고 다닌 것 같아요.”
수경이는 언뜻보면 장애인 같지 않지만 조금만 지켜보면 과잉행동을 일삼는 것을 곧 알게 되는 adhd 판정을 받은 심한(2급)장애인이다. 친구들이 별로 없다보니 동네 어린이들을 이따금 따라다니면서 환심을 사려했던 것 같다. 아무리 지능이 낮은 장애인도 어떨 땐 아이들 같지만 어떨 땐 제 또래의 행동을 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기에 수경이가 이따금 카페 가서 커피 마신 것도 엄마 또한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싱글맘으로 살면서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고 절약하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수경은 그것을 ‘우리 엄마는 돈돈돈!’한다고 생각하는터다. 그러다보니 엄마를 도와 절약해야겠단 마음은 있어도 행동은 엉뚱하게도 돈을 팍팍 쓰는 과소비행태가 될 때가 많았다고 한다.
“장애인콜택시 비용은 제가 입금해드릴게요. 당분간 카드 안 주고 필요할 때 돈을 주려고 해요. 오늘은 저도 안 보고 그냥 나갔나봐요. 죄송합니다.”
수경엄마는, 수경이가 아기 때부터, 싱글맘으로 살아오셨기에 어릴 때부터 엄마를 보고 자랐으면 그렇게 무계획적이고 충동적이지는 않을텐데, 수경은 누굴 닮아 그런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충동조절이 안되는 것은 다분히 유전적이라 들은 적도 있어서 넌지시 수경엄마께 물어보았다.
“어머니는 규모있게 계획적으로 사시는 듯한 데, 혹시 가족 중에 충동조절이 잘 안되는 분이 ...?“
수경맘은 기다렸단 듯이 바로 ”지 아빠랑 똑같아요.“라며 원망섞인 고단한 음색으로 짧게 말을 끊었다. 수경엄마는 수경아빠의 충동성, 공격성을 견디다 못해 이혼을 하게됐다는 말씀을 덧붙이면서 걱정어린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너무 힘들어요. 실은 요즘들어 공격성, 충동성이 더 심해진 것같아요. 어떨 땐 죽고싶다고도하고 왜 나를 장애인으로 낳느냐고 불평을 늘어놓기도 하고...사춘기가 늦게 왔나봐요. 어떡하죠, 선생님?“
답답한 마음에 뚜렷한 해답을 제시할 수도 없는 선생님께 장탄식을 늘어 놓았다.
넘넘 안타깝고 속이 상한 아침이다. 매번 서로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지만 모녀간의 팽팽한 대결 앞에선 뚜렷한 해답 또한 없다는 결론에 매번 이르고 만다.
”그래도 수경이가 하나님 믿고 살아가려하니 사랑으로 더 보듬어 주는 수밖에 없을 듯 싶어요.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 어머니도 아시지요. 특히 어머니 사랑이...“
아침에만도 수경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잘해보자고 다짐을 했건만, 저녁이 되자 수경엄마는 맥없이 전화를 걸어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수경이 입원시겼어요. 공격성이 너무 심해져서...“
갑작스런 통보에 선생님은 머리를 땅~한 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나직이 읊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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