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면/그때와 지금의 문해교육 방법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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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09 20:09 조회1,0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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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지금의 문해교육 방법이 바뀌었다.
템북 대표 김선희
지난 호에서 문해교육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쓰면서 바로 다음에 이 글을 써야할 필요가 간절해졌다. 예전에도 문해교육은 꾸준히 있어왔는데 그 문해교육의 결과가 왜 번번히 실패로 끝나왔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특수교육에서의 문해교육의 필요성을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 설명해 주셨던 두 분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경험이지만 내가 직접 경험한 문해교육의 현장이 있었다. 그 경험을 나누고 싶다.
첫째 아이를 낳고 너무나도 평탄한 문해의 과정을 지나왔었다. 평탄, 아니 그 이상이었다. 첫째는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거리의 간판을 함께 읽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문자를 터득한 아이였다. 다섯 살이 되기 전부터 책을 즐겨 읽었다. 문자해득 능력이 굉장히 뛰어난 아이였다. 그렇지만 그때는 첫째가 문해력이 뛰어난 걸 몰랐다. 대부분의 보통 아이가 그렇게 글을 깨치는 줄 알았다. 첫째가 그래놓으니 그렇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머리로는 안다고 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둘째를 낳고 둘째가 다섯 살이 될 무렵의 어느 날, 전혀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라는 상황을 깨닫고 난 뒤 뭔가 잘 못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얘는 왜 책을 못 읽지? 아니 책은커녕 거리의 간판도 못 읽는구나.’ 둘째는 엄마인 내가 책을 읽어줘도 그림만 들여다볼 뿐 글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보였다. 좀 늦는 아이인가보다 하고 한해를 보냈다. 그리고 여섯 살이 된 어느 날, 여전히 글자에는 관심도 없고 읽을 줄 모르는 아이를 앞에 두고 다급히 넓적한 포스트잇에 크레파스로 거울, 냉장고 도자기, 문 등을 써서 집안 곳곳에 붙이고, ‘가방’과 ‘나비’로 시작하는 단어카드를 샀다. 이렇게 하면 글자를 알게 될까? 사물에 붙여두고 글자를 읽어주면서 생활했다. 사물을 보면서 글자를 읽어보게 하였다. 그리고 한 달 쯤 뒤에 과연 글자를 깨쳤을지 테스트해 보기위해 곳곳에 붙여두었던 포스트잇을 거실 한가운데 모두 떼어오게 하고 바닥에 붙여서 단어를 찾게 하였다. 아이가 즐겁게 찾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엄마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이렇게 열심히 가르치는데 아이가 글자를 못 뗀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만의 상상놀이였다. 둘째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글자를 매일매일 공부해도 매일매일 새로웠다. 급기야 반복의 효과로 글자의 모양을 그림기호처럼 외워버렸다. 가방의 ‘가’와 가게의 ‘가’에서 ‘가’라는 글자의 구분이 어려웠다. 세상에! 이 아이는 더 쉽게 가르쳐야하나? 수소문 끝에 ‘아야야’, ‘아이’등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교재를 샀다. 간신히 ‘아’를 가르쳐 놓으니 그 다음 ‘어’는 산 너머 산이었다. ‘아어오우’를 가르치는 것이 높고 높은 산, 절벽 같이 깎아지른 산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또 일 년이 가고 일곱 살이 되었다. 여전히 글자를 읽지 못했다. 좀 더 늦는 아이인가보다 생각하기에는 아이가 말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이는데 유독 글자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본인 이름 석자도 그리는 수준이었다.
결국 초등학교 교사이자 좋은교사운동에서 편집장으로 상근을 하며 학습부진을 연구 중이던 남편 김중훈 선생님에게 우리 둘째가 평범한 상황이 아닌 것을 눈물로 상의하기에 이르렀다. 아이의 상황을 유심히 듣던 남편은 놀라면서 어떤 책을 들춰 나에게 보여줬다. 그 페이지에는 난독증 증상이라는 리스트가 있었다. 본인이 ‘난독증’을 공부하고 있는데 내가 설명하는 둘째의 상황이 그대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난독증’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2011년 겨울이었다. 그리고 ‘난독증’을 공부하며 인연이 된 소아정신과 의사 정재석 선생님께 치료를 다니며 난독증 아이의 지도법을 배우고 아이를 지도하였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의 하나이다. 잘 모르고 방치할 경우 모국어 문자학습의 적기를 놓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학습부진이 된다. 그러나 난독증을 잘 치료할 경우 글자를 잘 읽게 되고 책도 읽고 정상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된다.
정재석 선생님을 만난 첫날의 일이었다. 병원에 가서 둘째의 치료를 상담하는 중에 책상 옆 서랍 깊숙이 들어있던 두툼한 a4뭉치를 꺼내 보이시며 ‘이게 난독증 치료 하는 약인데...’하시며, 이 원고를 책으로 내줄 출판사가 없다고 하셨다. 삽화가 많이 필요해서 내기도 어렵고 시장성도 없어서 가는 출판사마다 퇴짜를 놓은 것이다. 그 한탄이 정말 깊게 뇌리에 박혔다. 둘째를 가르치며 내가 느꼈던 좌절감을 똑같이 느낄 수많은 엄마들과 난독증으로 고통 받을 아이들에게 이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결국 그 약은 여차여차 좋은교사운동 출판사에서 [읽기자신감]이라는 귀한 교재로 출판하게 되었고 지금 수많은 난독증과 학습부진으로 힘든 아이들이 교실에서 특수학급에서 치료실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내가 알게 된 건 그동안 익숙한 단어 중심, 통글자 중심의 방법이 교육적 효과가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가방, 나비, 다리미, 라디오 등등 은 이 아이들에게는 아무 소용없었다.
그리고 최근 우리동네꽃피우다(우동꽃)에서 만난 발달장애 어른 학생 분들에게서 역시 동일한 원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나다라마바사... 순서대로 나열하면 외워서 읽는데, 조금만 섞어놓으면 단 한 글자도 못 읽는 어른 학생을 만났다. 우리 둘째 아이의 여섯 살 때 모습으로 반평생을 살아오신 것이다.
소리의 가장 작은 단위인 음소단위로, 모음(단모음- 이중모음) – 자음 순서대로, 발음 중심으로, 입모양을 정확히 구분하여 가르치면서 우동꽃에서의 문해교육은 진짜로 피어나고 있는 것이 놀랍다. 10차시 이상의 반복되는 수업 중 단모음을 읽고 구별해내는 학생 분들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 40 평생 50 평생 글자를 못 읽으시던 이분들에게서 조금만 더하면 한글을 읽으실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다. 그날의 소감을 sns에 공유했었다.
10월 27일 오후 2:44
성인 문해교육.
발달장애를 가진 어른학생도
문해교육 꼭 필요합니다!
어제는...
감동적인 날 중 하나로 꼽을
인생 베스트10데이 중 하루였어요.
발달장애 성인 문해교육 10차시 째를 진행 중이던
어제 수업 초반이었습니다.
40평생을 제대로 읽지 못하던(가나다라...를 순서대로 외워서 읽는, 그러니까 그 순서를 섞어놓으면 아예 읽지 못하시던) 학생 분이 단모음의 글자와 소리와 입모양카드를 다 비교해 맞추고 소리 내어 읽으시고 익숙한 단어에서 단모음만 추출해내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또 50평생 읽지 못하시던 학생 분도 더듬더듬 단모음의 일부를 읽어가시고 조금 헷갈려하시지만 진전이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정말 가슴이 벅찼습니다. 학생 분들의 눈동자도 배움의 기쁨에 넘칩니다.
이대로 쭉 자음도 받침도 읽는 법을 알아 가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인터뷰에 이어 정가희 선생님과 노소온 선생님께 특수교육에서의 문해교육의 실제적인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가희(인천남부특수교육지원센터) : 특수교육에서의 문해교육은 오랫동안 기능적 어휘 중심의 통단어 읽기 지도방법으로 많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본교육과정에 따르면 친숙한 단어를 따라 읽거나 쓰게 하면서 단어읽기를 통해 문해교육을 시작하게 되어 있죠.
특수교육대상학생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지적장애학생인데, 이 학생들에 대한 읽기지도방법에 대해 개론서에서는 친숙한 단어를 통으로 읽는 것이 흥미도 높일 수 있고, 효과적이라고 나타나있어요.
저도 처음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가르쳤습니다. 시중에 나오는 여러 자료들을 활용해서 아빠, 엄마, 포도, 바나나 등 친숙한 단어들 위주로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나아지지 않는 것이죠. 아이들이 ‘사’라는 글자만 봐도 ‘사자’라고 추측해서 읽는 경우도 많이 생겼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아이들의 장애로 인해 정확하게 읽는 것은 어려운가? 회의감도 많이 가졌었죠.
그러다가 새로운 지도방법을 만났습니다. 바로 발음중심 지도방법이었어요. 이것은 모음과 자음의 소릿값을 알고, 이것을 글자와 대응시켜서 가르치는 방법입니다. 기존에 통단어로 의미중심으로 가르치는 방법은 친숙한 글자만 읽게 되고 처음 본 글자는 읽지 못하는데 발음중심 지도방법으로 가르쳤더니 처음 본 글자라도 하나하나 글자의 소리로 합성하여 읽었어요.
물론 발음중심 지도방법은 모음과 자음을 차근차근 하나씩 가르쳐야하니 초반에는 어려워보이고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방법도 도입하고 특히, 한글의 소리에 담겨있는 재미있는 원리를 다감각적인 방법으로 가르쳐주었더니 생각보다 집중하여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음과 모음의 소릿값과 글자를 대응시켜 읽게 되니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읽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문해교육을 진행하고(다음 페이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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