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리포트] 윤은호 교수 일본 르포-자폐인의 국제연대의 장, 도쿄에서 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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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09-20 16:06 조회28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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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리포트] 자폐인의 국제연대의 장, 도쿄에서 열리다
추석 연휴 첫날, 얼떨떨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나를 초대해주신 토쿄대학의 아야야 사츠키 특임준교수님과 인터넷으로 연락하면서 2개월 동안의 글쓰기와 교정, 또 교정을 마치고 만들어 낸 작품을 발표할 때가 왔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일본을 밟는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잘 될지에 대해서 걱정도 들었다. 비행기 탑승권이 흔들리는 일도 있고, 그로 인해 온라인으로 보기로 했던 일본장애학회 첫날 행사를 다 보지 못하게 돼 한 때 패닉이 오기도 했었지만, 무사히 가고 오는 일정을 확정해 우선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게 됐다. 도착하고 나서 입국심사가 길어졌고, 케이세이 전철의 의도적인 늦추기 발권으로 인해 마음이 어렵기는 했으나 어쨌던 오랜만에 스카이라이너를 타고 학교에서 잡아주신 멋진 호텔에 머물게 되었다.
첫날 밤을 잠자고 일어난 아침은 주일이었다. 일찍 예배를 드릴 곳을 찾기 위해 9시에 예배가 시작되는 교회 중 동경지구촌교회에서 말씀을 듣고 나와서 다음으로 이번 여행 준비 중에 알게 된 카이엔(Kaien)에서 연 뉴로다이버시티 서밋이라는 행사에 잠시 참석했다. 카이엔이라는 곳은 자폐인을 지원해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돕는 전환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서, 당사자 부모가 만든 회사라고 한다. 당일 한국에서 책을 낸 자폐의사인 혼다 히데오씨가 발표를 한다고 해서 잠시 기대도 했고,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현장에는 나오지 못해 회사 대표가 대독을 했다. 내용도 신경다양성과 관련된 내용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자폐나 여타 발달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와 아쉬웠다. 어차피 약속시간에 맞추자면 현장을 빠져나오는 수 밖에 없었다.
약속된 시간에 장소에 가자 이미 작년에 한국에 오신 적이 있는 아야야님, 프란치스코와 작년 어트스케이프에서 뵌 헤타, 마르타인님이 계셨고, 열차를 타고 올해 일본장애학회 행사장인 토쿄이과대학으로 향했다. 도착한 캠퍼스는 콘트리트 인테리어를 적절히 사용한 아름다운 캠퍼스였다. 잠시 점심을 먹고, 시간이 되어 우선 포스터 발표장을 돌아보았다. 발표 시간이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국내 장애 관련학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들과 관점들이 많이 나와 신선했다는 경험도 잠시, 반대로 포스터발표가 사라진 한국의 인문학계를 떠올리게 되었다.
쿠마가야 연구실에서 마련해주신 첫 번째 자리는 일본장애학회 특별 심포지엄이었다. 원래 이번 심포지엄은 유럽자폐인협의회(EUCAP) 회장인 헤타, 나,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수가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르타인님이 헤타의 장애인활동지원사로 온다는 사실을 안 아야야님이 마르타인님께도 발표를 맡기면서 이야기가 커지게 됐다. 사전에 준비된 순서대로 첫 번째 순서는 아야야님이 당사자연구 등에 대한 일본 내에서의 전반적 지식을 제공하고, 헤타님이 유럽장애인협의회와 GATFAR를 소개하고, 마르타인님이 신경다양성의 시작과 관련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나서 나의 순서가 되었다. 행사장이 순차 발표만 가능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40분이 주어졌는데, 내게는 20분만이 주어졌다. 이번에 굳이 일본어로 발표할 것을 요청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발표 준비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것이 일본어에서의 자폐와 관련된 언어였다. 국제기준이 바뀐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일본어 어중은 아직까지 자폐를 ’자폐증(自閉症)‘, 자폐인은 ’자폐증자(自閉症者)‘로 부르고 있다. 자폐를 질환으로 부르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어에 기반해서 자폐, 자폐인, 자폐당사자 등의 표현을 쓰고 싶었지만 ’자폐인‘을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자폐의 사람(自閉の人)‘으로 쓰게 됐다. 한국어 어중이 ’신경다양성‘의 사용을 받아들인 반면에 일본에서는 뉴로다이버시티로 통합해 쓰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어 글쓰기가 부족한 것도 있어 여러번 이야기가 오갔다. 발표시간이 다가오면서 자신감도 사라져갔다. 어쨌던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아 발표를 시작해야 했다. 그러나 더 좋은 말로 발표를 하고 싶었다.
다행히 발표를 하는 동안에는 일본어 단어들이 빨리 생각나며 늦어지는 일 없이 발표를 잘 마쳤다. 그 다음 프란치스코가 소개한 칠레 내 자폐와 신경다양성 관련 상황의 발표를 통해 칠레에서조차 자폐·신경다양성법이 제정되었고, 헌법 개정 과정에 신경다양성이 여러 번 포함되었다는 것을 보며 한국이 자폐인 권리 후진국임을 실감했다. 다섯 개의 발표를 마치고 토론시간이 되었다. 우선 쿠마가야 교수님이 발표내용을 정리해 주셨고, 그 다음에 질문을 받았다. 한국 장애계에도 잘 알려지신 리츠메이칸대 나가세 오사무(長瀬修) 교수님이(아, 나가세 선생님께도 잘 인사드렸다) 먼저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질문했다. ”헤타님께 묻겠습니다. 현재의 EUCAP을 국제단체로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그 질문을 듣는데 얼마나 답답해져오던지. 당연히 헤타님도 현재 자폐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자폐인들이 그런 일을 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뒤에도 질문이 있었으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150명 가까운 참가자 중 두 명만 질문을 하고 아쉽게 행사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첫날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일본장애학회의 활동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장애와 관련된 논의에 있어서 당사자의 참가 중요성을 실감했다.
둘째날이 되어 추석연휴 첫날에 추가로 잡힌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토쿄대학으로 향했다. 도착하고 나서 처음으로 한 것은 수화통역사와의 미팅이었다. 발표 원고 중에 신경다양성이나 다양한 새로운 단어들이 많이 나와 일본 수어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무사히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회의를 30분만에 마쳤다. 시간이 지나자 심포지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장애학회가 학회원들만이 참여 가능한 폐쇄된 공간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오프라인으로도 온라인으로도 참가자가 많아 신경다양성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체감하게 했다.
다시 발표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발표장이 동시통역이 가능해 한국어로 발표했다. 다섯 명이 다시 발표를 마치고 나서 2부가 시작되었다. 일본발달장애네트워크와 일본자폐협회 관계자의 일본 내 인식의 설명을 시작으로 공항 내 자폐인의 환경적 어려움에 대한 내용을 설명한 니와 교수님, 일본의 통합교육 의지 부재를 스스로 비판한 참의원 정책연구관을 포함해 미츠이화학의 장애인 취업지원사례 등 그래도 고무적인 발표들이 많이 나왔다.
2부까지 마치고 질의시간이 되었는데, 이번에 질의시간을 차지한 것은 자폐나 ADHD를 가진 자폐인들이었다. 현재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함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방법을 묻는 질문들도 있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이토 타카네(伊藤たかね) 토쿄대 다양성포합공창센터(incluDE)장님은 인사말에서 ’해외의 자폐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념, 구체적 과제라는 배움과 무거운 숙제를 얻었다. 앞으로 당사자들의 국제적 연대, 형식화되지 않은 서비스의 공창(Co-creation)등의 과제를 탐사하며 신경다양성 포용 사회를 위해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대에서 이번 심포지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직감했다.
행사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계속해서 인사를 해 왔는데, 당사자들이 구성한 일본신경다양성협회가 있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전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자폐인의 TRPG 경험 관련 연구를 선구적으로 해오신 카토 코헤이(加藤浩平) 선생님도 직접 인사를 해오셔 감사하게 받았다. 이번 행사가 당사자들의 임파워먼트를 강화하는 행사가 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행사가 끝나고 도쿄대 앞에 있는 조용한 이자카야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며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추석날인 17일에는, 오전에는 그동안 했던 이야기들을 내부적으로 정리하는 모임을 가졌다. 특히 쿠마가야 연구실에서 구매한 포켓토크라는 기기를 통해 서로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영어의 경우 번역의 질이 상당이 좋았다. 행사를 마치고 해외 참가자들끼리 가지고 있었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그 건물 20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아야야가 스카이트리를 방문할까 하다가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서 스카이트리가 잘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로 했다고 하셨는데, 일본과 프랑스요리가 잘 결합되면 어떤 맛이 나오는지 보여주는 좋은 코스요리였다.
행사가 끝나고 내가 어트스케이프쪽을 통해 알게 된 넷코카페(Neccoカフェ)에 가보자는 제안을 했고, 다행히 통과되어 모두 타카노노바바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갔다. 알고 보니 이 곳이 자폐 부모님이 만든 카페였고, 카페에는 일본발달장애당사자협회라는 마크가 붙어 있었는데, 카페 사장님은 해당 협회 안에서도 상당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마침 22일(일)에 이 협회 주도로 개최하게 되는 ’발달장애당사자회 포럼 2024 in 토쿄‘ 행사의 프로그램을 보여주셨는데, 애초에 이 행사의 후원자부터 후생노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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