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면/오티즘 엑스포 : 보다 더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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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7-17 23:10 조회76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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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티즘 엑스포 : 보다 더 멀리
장지용
회사원 겸 estas 공동조정자
스페인의 국가 표어는 “Plus ultra”로, 라틴어로 “보다 더 멀리 나아가다“ 또는 ”이상을 향해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과거 스페인이 아메리카 대륙까지 진출하기 이전에는 이들의 사고관에는 자신들 국토 앞바다 너머 대서양은 절대 갈 수 없는, 알 수 없는 세계였기에 지브롤터와 스페인령 세우타 또는 모로코 북쪽의 어느 바위산, 이른바 ‘헤라클레스 기둥’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더 나아갈 수 없다는, ”Non plus ultra“의 시대였는데, 지금의 표어를 채택했을 때였던 카를 5세 시절의 스페인은 아메리카 대륙 등 해외 영토를 대폭 확장하였고 스페인 역사의 황금기였던 시대였다.
한국 자폐계도 비슷한 상황이나 다름없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한 방향을 잡을 수 없었고, 점점 기존 자폐계 질서에 대한 당사자 집단의 도전이라는 새로운 변수도 자리 잡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우리는 무슨 현실에 놓여있는지를 분명히 알 필요는 있었다. 그 와중에, 자폐계는 이들을 한꺼번에 집합시켜서 우리의 현실이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이 필요했고 한국 자폐계는 이것을 ‘오티즘 엑스포’라는 집단 행사로 해결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사실 이러한 행사는 원조가 있다. 영국의 ‘Autism Show’라는 행사가 있는데, 이것을 한국적으로 벤치마킹해서 진행한 행사였다.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 권역에서 자폐 문제를 가장 앞서서 해결하려는 국가가 한국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언젠가 한 번 영국의 ‘Autism Show’를 참관할 기회가 있다면, 방문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 정도이다. 잠깐 살펴본 2022년 런던 행사 참가 명단에 필자가 2018년에 그들을 방문한 인연으로 알고 있는 당사자 집단이자 사회적 기업인 AutAngel이 있던 것을 보고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필자의 재정 문제와 소속사와의 일정 문제, 그리고 코로나19 방역 문제가 아니었다면 한번 만나러 갈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지난 2019년 제1회 대회 이후, 우리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위기를 맞이하였고 결국 3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코로나19 기세가 많이 진정된 뒤였기 때문에 그나마 모일 수 있던 망정이었다. 물론 제2회 대회에서는 방역 규정에 따라 다들 입에 마스크를 끼운 상태에서 참석했던 것이 달랐긴 달랐지만 그렇다. 실제로 필자조차 제1회 대회 때 방문하고 제2회 대회 때 다시 estas를 찾은 사람을 잠시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정도이니 그런 것이다. 그 사람과 뒷이야기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마스크 착용 규정, 즉 방역 문제 때문에 서로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서로 인정할 정도였으면 다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될 정도일 것이다.
지난 2019년 제1회 대회와 이번 제2회 대회는 위치는 똑같았지만, 거대한 변화가 있었다. 먼저 당사자 참여가 대단히 늘어나서 지난 제1회 대회 때는 당사자 단체가 딱 1개, estas만 참석했지만, 그 사이 한국 자폐 당사자 집단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이번에는 아예 한 구역을 당사자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을 정도였고 참가 당사자 단체도 4개였다. 정확히는 3개 집단 4개 단체였다. (estas, 세바다, 피플퍼스트 광진/성북센터)
당사자들의 참여도 부쩍 늘었다. 지난 제1회 때는 작품 전시 몇 가지만 있었고 당사자 단체도 1개뿐이었지만, 이제는 당사자 단체가 3개 집단 4단체로 늘었고 당사자 연설대회 등도 열리는 등 당사자 참여가 부쩍 늘어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당사자 연설대회는 반쯤 당사자 노래자랑이 되어서 제3회 대회 때는 아예 부대 행사로 자폐인 노래자랑을 열어야겠다고 주최 측에 건의해야 할 것 같은 심정이 들 정도였지만.
그 외에도 부대 행사 중 하나였던 강연회 시리즈도 대폭 강화되어 자폐 당사자 연구자 또는 활동가들의 보고도 의미심장한 발전이었다. 제1회 대회 때 강연회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것이 없었는데, 이를 위해 한국 최초의 자폐 당사자 전문 연구자인 윤은호 인하대 교수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아니었으면 이 성과는 없었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성과를 거두게 해 준 윤은호 인하대 교수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필자도 나름대로 의미 있었던 행사로 기억하고 싶다. 먼저 당사자 집단들이 더 늘어나서 더 다양한 당사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 제1회 대회 때는 당사자 집단이 estas 하나밖에 없어서 매우 재미없었는데, 이번에는 당사자 집단 참여가 늘었고 더 다양해졌다는 것이 대단한 성과였다.
이들의 속도로 봐서는 2년 뒤인 2024년 즈음에 제3회 대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한 제3회 대회 때는 더 진전되고 발전된 오티즘 엑스포를 기대한다. 그 2년의 세월이 지난 뒤, 한국 자폐계는 어떠한 혁신이 이뤄졌을까? 오티즘 엑스포가 궁극적으로 보여준 것은 한국 자폐계의 현실이 어떠한지, 그리고 지금 그 세계에 누가 있는지를 한꺼번에 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그사이 두드러진 당사자 집단이 1개 단체에서 3개 집단 4개 단체로 부쩍 늘어나고 당사자들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2년 뒤쯤에 있을 제3회 대회 때는 더 달라진, 더 발전된, 더 나아간 모습으로 재회하지 않을까? 우리는 스페인인들이 ‘헤라클레스 기둥’이라 알려진 대서양과 유럽 대륙 간의 경계선을 뛰어넘어 이른바 대항해시대로 시작한 저 먼 아메리카 대륙으로, 아프리카로, 태평양까지 진출하여 현재의 세계가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제3회 대회와 그 이후의 대회에서는 한국 자폐계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아니면 aT센터를 넘어 박람회의 천국이자 매우 널찍한 COEX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이야기, 그 뒤의 한국 자폐계의 또 다른 전진을 기대한다.
오티즘엑스포 첫째날인 7월 15일 자폐스펙트럼장애 성인 자조모임 estas 부스에서 장지용 조정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소소한소통 부스에서 장지용 조정자가 한 여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estas 선전 현수막. 주최 측 마스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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