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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이정애 수기/모자라서 오히려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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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4-10-17 17:48 조회1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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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라서 오히려 귀엽습니다>

동화작가 이정애 생활수기

 

극과 극은 통하듯이 궁극적으로 장애(障礙) 또한 동음이의어인 장애(長愛)와 통한다고 본다. 가로막을 장(), 거리낄 애()의 장애라는 부정적 뉘앙스의 낱말을 길 장(), 사랑애()의 긍정적 뉘앙스로 바꾸어 정의한다면, 길고 긴 사랑의 마음으로 타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획득한다면, 좀더 따뜻한 눈길로 장애를 가진 타자를 바라본다면, 핸디캡의 장애(disable) 또한 아름답고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는 한없이 모자라고 한없이 귀엽다.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답답함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귀여움이 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는 가에 따라 장애는 추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나는 후자에다가 초점을 맞추기로 선택했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ᆢ 그래서 나에게 장애는 아름다움이고 귀여운 것이다.우리가 거주하는 허름한미술관담벽에는 장애는 사랑이다는 글귀와 함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나는 사람들에게 아니 나 자신에게 이를 되뇌이게 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다 매스컴에 나와서 장애에 대한 강연을 하는 엄마들을 간혹 본다. 그러나 그들의 관점 또한 힘든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젠가 국문과 나오신 발달장애맘 한 분이 고백하는 내용을 들었다. 백 번 천 번 공감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녀의 고백 또한 장애인은 힘든 것이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말씀하신 것같단 생각이 짙다.

 

물론 자폐와 지적장애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똑같은 발달장애 범주라 대동소이하다고 본다. 힘들고 답답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순수하고 귀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훈련을 하다 보면, 나의 성급한 성격도 조금은 느긋하게 바뀌고, 답답하다고 소리높이 탄식하던 음성도 조금은 낮아지기도 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결국은 훈련이고 학습이고 수행이다.

우린 굳이 장애 스펙트럼이 아닐지라도, 인생을 살다보면 어떤 곤경 스펙트럼 속에 처할 때가 있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어떤 형태로든, 훈련받고 학습하고 수행하게 된다고 본다. 단지 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우리나라 날씨보다 영국에 흐린날씨가 훨씬 많은 것처럼, 좀더 고된 훈련의 순간을 맞닥뜨려야 하는 빈도가 잦을 뿐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지는 이치처럼 좀더 나를 훈련시키고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계기나 매체로 본다면, 장애는 오히려 귀하고 값진 선물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어쩜 지적장애가 심한 우리 딸아이가 특별할지도 모른다. 심한 징애인 딸애는 아이큐는 나보다 많이 낮지만 SQ(영성지능,Spiritual Quotient)는 나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는 늘 찬양만 한다. 즉 하늘의 기운(天氣)으로 산다. 지능이 안되다 보니 세속의 기운(人氣)에는 무심하다. 나는 이런 아이를 볼 때마다 와 대단하다 어쩌면 저렇게 초연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이는 혼자 찬양 들으며 눈물짓기도 한다. 은혜의 도가니를 맛보는 듯하다. 어떨 땐 배 아프다고 해서, 기도를 한 번 해주면 "싹 낫어"하고 웃는다. 대단한 믿음과 순종의 모델이다.

머리 나쁘지 않은 내가 오육십평생 살면서 결코 터득하지 못한 것을 머리 좋지 아이는 일이십대에 너무 쉽고 자연스럽게 터득한 듯하다. 대우통천(大愚通天:큰 바보가 하늘과 통한다)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이런 아이를 지켜보면서 '나는 세상은 공평하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머리는 좁고 작게 닫혀 있을지언정, 가슴은 넓고 크고 깊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내가 아이보다 머리가 조금 쓸만하니까 내 좋은 머리는 이 아이를 위해서 쓰고, 대신 아이의 넓은 가슴을 나의 비좁은 가슴에 이식을 하면, 상부상조하면서 윈윈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슬며시 반색의 미소가 감돌며 '하늘은 내게 꼭 알맞는 딸을 선물 했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우리 부부가 언성 높여 갑론을박할 경우엔 아이는 조용히 다가와서 "기도하자"라고 손을 내민다. 큰 목사나 대선사같은 표정으로.. ᆢ 우리는 그 표정이 너무 근엄해서 킥킥 웃거나 더이상 싸울 수가 없다.

 

이쯤되면 이 아이는 장애가 아니다. 우리에게 긴 사랑의 천기누설을 위해 이 땅에 온 천군천사같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는 분명 예수의 피를 타고난 것 같단 무서운 생각도 든다.(7개월 때 심장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서 사지가 묶여 누워 있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십자가에 손발이 묶인 예수님처럼 내 눈에 보였던 기억이 선명하기에ᆢ) 그래서 나 또한 예수를 알기 위해 공부도 하고 지금도 그런 과정에 있지만, 어쨌든 아이큐가 매우 낮은 내 아이는 아이큐 높은 내가 갖지 못한 순전한 아름다움이 그득하다. 나는 이것을 영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 시대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순수에너지 영성!

어쩌다 아이를 안고 누워 있다보면 아이에게서 무색무취한 향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이게뭐지? 뮐까?' 하며 나는 더 가까이 가서 아이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마음향기랄까! 문득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웠던, 김영랑의 시편귀절이 생각난다

'내 마음의 어딘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ᆢ마음이 도른 도른 숨어 있는 곳'

이게 바로 아이가 갖고 있는 것을 시인이 적확하게 표현해낸 바로 그 자리, 순수한 본연의 자리, 곧 영성의 자리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우리 아이가 모자란 것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비장애인의 두뇌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독특한 향취가 있기에 나는 이에 포커스를 마치고 내 남은 삶을 아이와 함께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살아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지치지 말고 살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느낀다. 이 귀한 보석같은 아이를 잘 갈무리 할 수 있는 힘이 소진되지 않기 위해서라도ᆢ(카페에서 이 글을 작성하며 크게 읽기를 끝내니까 아이는 기다렸단 듯이 옆에 앉아 이어폰으로 찬양을 듣다말고 큰소리로 아멘!이라고 외친다ㅋㅋ) 우리아이는 끝까지 나를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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