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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꾸는사람들은 2011년 7월 창간호를 낸뒤 2017년 6월호까지 통권 25호를 발행했습니다.
ABC협회에 등록된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전문 문화복지 전문잡지로 36쪽 분량의 500권을 발간해 전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장애인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습니다.

30-33면/10월의 어느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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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11-09 20:24 조회4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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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

- 1031일 토요일 오후 5시 공항철도 운서역 버스킹 -

 

우동꽃라디오 아나운서 김선희

 

그날의 음악회는 나도 모르게 우울했던 한 구석을 따뜻하게 밝혀주었다.

2020년은 우리 모두가 우울한 구석을 가지게 된 한 해이다.

전에 없던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가 우리들 생활 곳곳을 지배했다.

누구도 모르는 새에 그 우울은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스며들었다.

그런데 그날 202010월의 마지막 날 그 작은 음악회는 좀 달랐다.

10월의 마지막 날, 좀처럼 믿기 힘들 정도로 포근한 날씨였다.

실은 평범한 영종도의 10월 말 저녁은 그렇지 않다.

외투 옷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찬바람을 맞서며 걸어야 한다.

그런데 2020년의 10월 마지막 날은 의아할 정도로 포근했다.

운서역 광장은 아늑했고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유 넘쳤다.

옆 산자락의 단풍들은 불타는 빨강색과 잘 익은 황갈색을 뽐냈다.

 

새벽부터 바쁜 일정을 마치고 부리나케 리허설 시간에 도착했다.

연주자들, 스탭들, 연주자의 가족들, 개인팀, 단체팀, 리허설 중인 팀, 떠드는 팀,

번잡스러워 보이지만 관객은 없다.

광장에서 음악회를 한다 해도 역시 비대면이다.

비대면 음악회는 관객 분들이 계시지 않아 정말 어색하다.

사회자는 관객의 반응을 보며 진행을 하는데 반응이 없다.

처음 비대면 음악회 사회를 볼 때는 너무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게다가 이 어색함이 유튜브에 담겨 저 너머로 전달된다.

오늘은 어색하지 않게 잘 해봐야지 다짐하고 왔건만...

객석 없는 음악회 광장 무대를 보니 또 어색하다.

그래서 오늘은 연주자 분들을 위해 사회를 봐야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었다.

연주자를 위한 사회를 본다고 관점을 바꾸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면서

리허설 중인 연주자 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맞아. 이분들은 천사였지.

내가 영종예술단 연주자들과 만나게 된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동네꽃피우다에서 첫 번째 우리동네작은음악회를 열게 되었고

평소 음악회 사회를 보는 아나운서가 되는 꿈을 꿈만 꿨던 나는,

우리동네음악회 사회는 우리동네아나운서가 봐야한다며 자원했었다.

음악회를 준비하며 우리 동네 숨은 음악가와 연주자 분들을 찾아 섭외했다.

그러던 중 영종 예술단과 연주자분들을 알게 되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아띠앙상블 박혜림 김지윤, 두 분의 플루트 연주였다.

너무나 예뻐 마치 천사같았었다.

 

시간이 흘러 어린 학생 같았던 그분들도 더 성숙한 음악인이 되었고

나도 30대를 지나 40대 아줌마가 되었다.

그러니까 김지윤 연주자가 내 뱃살을 언급 할 정도로 아줌마가 되었다.

뱃살에 관하여를 시작하면 끝도 없으니 다시 음악회 이야기로 넘어가자.

 

리허설이 어느 정도 끝나고 사회자 마이크 테스트도 마치고...드디어 시작이다.

연주를 정성껏 소개하고 멋지게 마무리하고 다음 연주로 이어드리고

연주할 맛이 나게 도와 드렸다. 가끔 무대준비 시간이 많이 필요한 팀은

사회로 다 메꿔드린다. 튜닝시간도 벌어 드린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이 연주자 분들의 음악으로 채워지고

위로 받는 경험은 너무 굉장하다.

전철에서 내려 역 광장으로 나오시는 주민 분들도 같은 마음이셨는지

발걸음을 멈추고 무대 앞으로 옆으로 뒤로 삼삼오오 모이셨다.

장애인연주가든 비장애인연주가든 음악은 아무 상관없다.

너무 좋았다.

음악은 그 시간 그 곳에 함께 머물게 된 모든 관객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시원하게 하고 위로해 주었다.

굳이 장애와 비장애로 나눠야 할까.

음악에는 장애와 비장애가 없는 것 같다.

연주자들은 최선을 다해 연주하고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니까.

 

그날, 10월의 마지막을 그곳에서 함께 했던 분들은

그런 이유로 음악 때문에 또 모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 늙기 전에 최선을 다해

그 연주무대를 연결해 드리고

관객뿐 아니라 연주자 분들을 위한 사회를 하고 싶다.

이 분들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해드리고 싶다.

아마도...

전체기획자도 무대감독님도 촬영감독님도 음향 조명등 스탭 분들도

이 연주자 분들이라면 기꺼이 그러실 것이다.

마음이 이렇게 따뜻해지니까.

함께 산다는 건 그런 거니까.

 

* 음악회를 마치고 부지런히 근처 사무실로 뛰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외국인 남자분이 급한 영어로 나를 불러 세웠다.

한국말 못하시는 듯...쉬운 영어라서 알아들었다.

오늘 음악회 다 봤다고...원더풀!!!이라고...

완전 멋졌다는 인사의 말씀을 굳이 불러 세워 말해 주셨다.

그래서 이 지면을 빌려 굳이 전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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