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예술 협업의 키워드 '소통'(출처 예술경영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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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03-03 10:30 조회3,1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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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기업협력사업 공모전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기업 파트너스 데이’가 지난 11월 24일(금)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렸다. 기업협력사업 공모전은 문화예술단체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업과 협력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는 자리이며, 이 날에는 앞서 공모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9개 문화예술단체의 제안서 피칭이 진행되었다. 피칭 장소인 카오스홀은 수많은 참가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문화예술단체의 현장은 무대 너머로 확장된 지 오래다. 9개 문화예술단체들이 실연무대에서 현장예술로 관객들과 만나왔다면, 이 날은 피칭 무대에서 ‘ㅇㅇ기업과 협력이 이루어진다는’ 가정법에 기반한 가능성의 연설로 청중들과 만났다. 본격적인 피칭 순서에 앞서 국내 다양한 전시 기획으로 활동해왔던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의 기조발제가 있었다. ‘지구 공동체’로 변화하는 사회 선상에서 경제적 자본과 급속하게 결합되고 있는 미술이라는 주제를 소개하고, 결국 기업과 예술이라는 협업의 키워드가 소통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기업과 예술 협업의 키워드 ‘소통’을 위한 9건의 피칭
첫 번째 피칭은 (사)춘천마임축제의 “1,520℃Fe페스티벌” 제안이다. [현대제철의 Fe와 춘천마임축제의 Festival의 만남. 두 개의 Fe가 만나, 따뜻한 철의 세상을 만들다.] 는 긴 부제에서 단체가 행한 기업에 대한 사전 분석과정을 그려볼 수 있었다. 늘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일하는 기업 근로자들과 그 가족들의 복지수준을 돌아보고 문화예술 축제와의 융합을 통해 상상하는 ‘철, 그 이상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설득력 있는 제안이었다. 한편 갈수록 지역문화예술축제의 지속성을 안심할 수 없는 오늘과 문화예술단체의 치열해진 생존 현장을 본 것만 같았다. (주)극단민들레의 [보령메디앙스, 예술을 입다!-영유아를 위한 BABY DRAMA] 제안이 이어졌다. 영유아 기업에 대한 적절한 타겟팅을 설정하고 단순한 키즈 마케팅을 넘어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가치를 통한 기업의 지역사회공헌을 제안하는 기획이었다.
세 번째 순서는 (주)스튜디오뮤지컬의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하는 보들극장 프로젝트]이다. 장애인 맞춤형 공연 기획사로 활동해온 단체만의 고유한 콘텐츠가 부각된 제안으로 아시아나항공사를 선택하였다. 아시아나항공사는 국내 항공사 최초로 장애인 전용 라운지를 오픈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도서를 제작하는 낭독봉사, 발달장애아동 전세기 후원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문화예술지원으로 메세나 대상을 수상한 바 있기에, 제안기업으로 선택한 이유를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기업의 문화예술 친화적인 장점을 부각시키며 항공사 임직원 봉사와 연계한 기내 AVOD서비스 실행전략은 충분한 실행가능성과 향후 항공사 고객 대상 프로그램의 확장성까지 보여주어 문화예술단체와 기업의 파트너 상생전략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 인상 깊은 피칭이었다.
치유 공연 전문단체 (주)지혜의 밭의 수용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On and On Family <꺼지지 않는 가족사랑>]과 유아동청소년 미술교육기업인 (주)희망드림의 [찾아가는 미술관 이야기] 피칭이 이어졌다. 전통인형극을 트렌디하게 재탄생시킨 연희공방 음마갱깽은 [SK텔레콤과 함께 하는 <5G(오감)만족 인형 음악극 “안녕, 밤첨지”>를 제안하며 이동통신사의 디지털과 인형극 아날로그의 연결이라는 컨셉으로 CF 제작계획을 선보였다. 풍물, 탈춤, 남사당놀이 등 수준 높은 창작 연희극 단체인 연희집단 The 광대는 퍼시스 기업의 임직원들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연희공연으로 [함께하는 덩따쿵! 상생연희단]을 제안했다. 창작그룹 가족은 오리온제과의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과 협력사업으로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하는 뮤지컬 교육 “교실 밖에서 찾은 희망”]을 제안하며, 뮤지컬을 통한 치유와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효과를 강조했다.
마지막 순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국내 오케스트라 수석주자와 솔리스트, 브라스 연주자들로 구성된 금관 앙상블인 코리안아츠(브라스)의 [우리 꿈 밝히기 프로젝트]이다. 인생의 3막을 준비하는 실버세대를 타겟층으로 시니어 오케스트라와 지역 다문화 저소득 계층의 어린이를 음악으로 연결하고, KB국민은행의 골든라이프뱅킹 상품이 갖는 노인층의 인터넷 접근성 한계를 예술이라는 또 다른 트랙으로 확장하는 선순환 기획이 돋보였다. 모바일뱅킹의 우세 속에서 통폐합되는 은행지점의 유휴공간을 활용할 수 있으며, 제안단체가 가진 우수한 음악 교사진 네트워크를 통해 실행가능성이 큰 제안이라 생각되었다. 코리안아츠(브라스)는 세대차이 문제를 다양한 고객층을 상대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해결할 수 있는 독창적인 접근방법을 보여주었고, 발표자의 명랑한 스토리텔링과 준비된 자세 또한 인상적이어서 청중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최종 9개 단체의 피칭이 종료된 후, 청중들은 피칭 단체들의 쇼케이스를 관람할 수 있는 코너로 안내되었다. 프리젠테이션의 텍스트로 설명되는 방식과 달리 다양한 자료와 활동 모습을 담은 시각 자료와 쇼케이스는 단 7분 만에 완료해야하는 피칭의 낯선 형식에서 꽤나 고전했을 단체들의 무대 뒷편을 보는 것 같았다.
예술 소비자의 마음을 여는 키(key)
이번 공모전에서는 SK브로드밴드, 삼성카드, GS칼텍스, 포스코, 하나투어문화재단의 사회공헌 및 문화 마케팅 관계자들이 최우수상 심의를 맡았다. 2017 기업협력사업 공모전의 최우수상과 상금 1,000만원은 배리어프리 공연 전문 제작사 (주)스튜디오뮤지컬의 ‘보들극장 프로젝트’에게 돌아갔다. 시청각 장애인도 보고 들을 수 있는 ‘보들극장 프로젝트’는 문화예술단체와 기업이 고객 마케팅과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을 결합시킴으로써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사전에 모집된 다수의 기업 패널심사단은 현장 모바일투표를 통해 인기상을 선정하였다. 인기상은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코리안아츠(브라스)의 ‘우리 꿈 밝히기 프로젝트’가 수상하였다.
기업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기업 이해관계자의 마음을 얻어야 예술 소비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키(key)가 될 수 있으며, 예술과 기업의 협력사업 제안 중 기업의 특성을 만족시키는 요소 여부를 주요한 심의 기준으로 삼았음을 밝혔다. 기업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상상력에 기반한 예술단체들의 설익은 제안은 매우 거칠고 실용성의 기준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날 것’일 수 있다. 예술단체들도 기업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기업 또한 이윤을 취하는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 환원과 상생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의 관계는 발주자와 납품업체의 갑을 관계가 아니며 사회적 책무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가는 파트너의 관계이다. 각자의 고유한 언어가 다를지라도 결국 예술과 기업 협업의 키워드는 ‘소통’이므로.
예술로 협력하자는 예술단체의 공은 던져졌다. 기업이 사회공헌이라는 타석에서 멋지게 홈런볼로 받아칠 때 근사한 ‘피칭(pitching)’이 완성될 것이다. 앞으로도 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피칭의 자리에 많은 기업 이해관계자들이 새로운 제안을 찾고 프로젝트로 성사되는 경험의 퇴적층이 쌓여가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변순영은 홍익대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협동과정 미술교육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문화기획을 실천해왔으며, 인천문화재단에 입사 후, 인천아트플랫폼 개관준비팀장을 거쳐 재단의 모금사업 ‘아트레인’을 런칭시켰다. 현재는 예술지원팀장을 맡아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예술지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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