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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장애예술인 빌리지 사례/웹진 이음 2호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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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8-12-04 16:19 조회3,1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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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독일 장애인 예술 창작공간 사례

자립가능한 생활인으로서 장애 예술인

글.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독일의 장애인 정책은 기본적으로 직업 재활을 위한 복지지원을 토대로 운영되며 전국적으로 수백 개가 넘는 작업장 시설에서 중증 장애인의 경우라도 직업을 갖고 재활할 수 있도록 모든 제도적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만, 이 모든 작업장 시설은 생산을 목표치화 하거나 촉진하는 방향으로 운영하지 않으며, 시스템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들이 방만하게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것에 대해서도 허용하고 있었다. 독일 전역에 50㎞ 반경 이내에 한 곳씩 운영되고 있는 이 작업장 시설은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주거와 직업 그리고 취미활동과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복지시스템이다. 흥미로운 것은 독일의 미술대학이 과거 독일 영주들의 수공예협동조합 ‘길드’의 전통을 이어 ‘도제식’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애 예술인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작업장 시설도 장애인의 직업 재활을 위한 복지체계 안에서 전문가들에 의해서 도제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창작공간에서 진행하는 직업교육과 전문 예술 활동

베를린에 있는 창작공간 ‘모자이크(MOSAIK)’는 장애인의 직업 활동을 돕기 위해서 50년 전에 설립되었다. 이 기관은 단순히 장애인 직업 훈련뿐만 아니라, 배움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읽고 쓰기 훈련에 더하여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에 관한 교육을 하고 있다. 대도시에 위치한 기관이라서 그런지 직업교육의 과정도 매우 세분화 되어 있었다. 유르겐 라덱(Jurgen Ladek)을 위시해서 예술교육 전문가인 레나테 베히톨드(Renate Bechtold)가 장애 예술가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20명 정도 머무는 창작공간에는 예술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3명의 전문가 어시스턴트 강사가 교대로 레나테 교사와 함께하고 있다.

 

베를린 도심 프렌즐라우어 베악(Prenzlauer Berg)에 있는 맥주 양조공장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 ‘문화 양조장(Kulture Brauerei)’ 내에 있는 장애 연극인 전용 극장 ‘람바잠바(Ramba Zamba)’는 1990년에 만들어졌고, 1991년 극단을 창단했다. 이 극장은 (사)존넨우어의 부속기관으로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독일 국립극단 연출가였던 클라우스 에어포르트(Klaus Erforth)와 배우이자 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한 기셀라 호네(Gesela Höhne) 부부가 극단을 창립하면서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아들을 첫 번째 회원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람바잠바 극단은 장애/비장애 배우가 함께 공연하는 것이 특징이며, 때로는 유명 배우를 초청하여 장애 배우들과 함께 공연하기도 한다.

 

람바잠바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연극분야 지원을 받거나 학문과 연구를 위한 문화진흥위원회의 후원을 받아서 운영해왔다. 그 외에도 민간재단이나 개인 후원 등 다양한 후원을 받고 있다. 1회 공연에 10유로(약 13,000원) 정도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평일에도 150석의 공연장이 전석매진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의 공연은 장애인의 예술 향유를 돕기 위해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연을 즐기는 마니아층이 이 극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생산・판매하는 장애인 작업장

독일 남부지역 진스하임에 위치한 ‘크레이히가우어 쿤스트베어크슈타트(Sinsheim Kraichgauer Kunstwerkstatt, 이하 ‘SKK’)‘는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장애인 작업장 시설의 대표적인 본보기 중에 하나다. 대부분의 작업장 시설이 SKK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작업장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20여 개 미만이라고 한다. SKK는 1965년 장애인 지원과 문화적 활동에 관심이 있는 장애인 부모들과 전문가들에 의해서 설립된 (사)크레이히가우어협회(GKA Heidelberg e.V)가 운영하고 있다. SKK에는 예술을 비롯하여 정원, 요리, 금속, 조립, 재활용, 목공, 섬유 등 8개의 작업장이 있다. 현재 총 260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이곳에서 매일 생활하고 있으며, 이들이 직업적 안전망을 보장하며 일상적 보살핌이 가능하도록 생활 조건을 마련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전문 장애 보조 인력이 상주하고 있고 각 작업장마다 작업반장이 있어서 이들의 안전과 작업 진행 과정을 교육하고 돕는다. 장애가 심하지 않을 경우, 외부 공장이나 시설에 취직을 알선하기도 한다.

 

SKK의 예술작업장의 운영을 맡고 있는 게오르그 필립스키(Gerorge Philpski)는 대학에서 그래픽과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장애 예술인들이 자기만의 작업 방식으로 몰입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주기적으로 이들의 작업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서 전시회를 열었고,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전체 작업장에는 장애 예술가들이 편하게 재료를 바꾸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눈높이에 그림 용구 및 재료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최근에는 판화시설을 확충해서 장애 예술인들이 판화 실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SKK 예술작업장에서는 예술가들이 제작한 작품을 활용해서 캘린더를 만들거나 도록, 엽서 등을 제작해서 후원자들에게 전달하거나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판매하는 예술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체 작업장 관리자인 디터 카이텔은 지역사회의 중소기업에 이 캘린더를 판매하거나 기업에서 판촉용으로 사용할 캘린더를 주문받아서 생산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었다. 장애 예술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캘린더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맺고 있는 유대관계의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예술작업장에서 생산된 모든 작품들은 예술작업장의 소유이며 이들이 매일같이 생산하는 수십 장의 그림은 작품 보관 창고에 쌓여 있었다. 또한, 이들은 정기적으로 국제대회나 전국대회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하기 하는데, 올해는 1978년부터 제정되어서 운영되고 있는 독일연방 장애인 예술 공모에서 이 작업장의 미하엘 프라이스(Michael Preiß)가 1등 상을 받아서 수상 작가 초대전에 출품하게 되었다. 작가가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으면 작가에게 전액이 돌아가고 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판매할 수 있다.

생활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독일의 장애인 창작시설은 생활공간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증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다른 예술가들의 창작공간이 주변에 위치해 있어서 이들의 예술 활동이 특별한 것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다른 문화예술 활동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조건과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의 협력을 통해서 자신의 예술 활동을 발전시켜 갈 수 있는 작업장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 이 글은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 프로그램 개발 연구」(2018,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내용 중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trend_refort_1모자이크 창작공간(좌), SKK 금속공방(우)
trend_refort_2SKK 창작공간 재료 진열장(좌), SKK가 자랑하는 가구 목공방(우)
trend_refort_3람바잠바극장 공연
필자_백기영

백기영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영상미디어를 전공하였다. (사)미술인회의 사무처장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다원예술 소위원을 거쳐 의재창작스튜디오와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 디렉터를 역임했다. 경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창작센터와 경기도미술관 그리고 북부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환경과 제도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왔다. 현재는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kpeik69@seoul.go.kr

[관련링크] (이미지 출처)
모자이크-베를린 www.mosaik-berlin.de
람바잠바극장 rambazamba-theater.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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