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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27 08:36 조회2,68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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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우리나라의 비영리
지원과 모금의 동향, 그리고 코로나 19 이후
황신애 한국그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원문 게시: 참여연대 복지동향 2021년 1월호 바로가기]
우리나라 모금의 초기 성장기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개인 기부의 성장은 실로 폭발적이었다. 기부금 세금공제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불과 1, 2년 만에 개인 기부금과 기업 기부금의 비율이 역전되었고 그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개인 기부금의 총량은 20년 전에 비해 거의 10배 이상 성장했으니 말이다.
지난 20년간 기부금 규모가 확대되고 기부 시장이 활성화된 배경에 무엇이 있을까. 제대로 된 답을 찾으려면 현장에서 일어났던 여러 사건의 인과관계를 더듬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여기서는 대충 어림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주요 모금활동과 사건들, 그리고 모금액의 성장을 비교하다 보면 어떤 단서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간의 모금 성장의 원인이 시민의 기부 인식 강화 또는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의 성숙에 기인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초창기 기부금 성장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국민 정서와 기부금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이 맞물려 만들어진 작품 정도로 보인다. 즉, 민간단체들의 활동이 시민의 삶에 깊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모금 콘텐츠가 방송을 통해 안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1990년대 후반 공중파 방송 매체들이 프로그램의 소재로 기부를 택하고 ARS가 모금에 활용되면서 안방에 앉아서도 후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체의 파급력은 실로 대단해서 모금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시청자의 다수가 기부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한 2~3년에 한 번씩 발생하는 재난과 사고는 기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기에 적절했고1), 때맞추어 2000년대 초중반 은행공동망에 의한 CMS 자동이체 결제방식이 기부금 결제에 도입되면서 정기후원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 모든 변화들은 우리 사회가 ‘기부하는 사회’로 일보 전진하기에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많은 민간단체들이 모금 조직을 확대하기 시작했고 적극적이고 경쟁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한데다 외국발 I-NGO(국제 비영리단체)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거리모금과 같은 전문모금활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한편 여러 유형의 공익법인 및 단체들 중에서 유독 모금 성장이 두드러진 곳들은 모금에 집중한 곳들이었다. 기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주요한 재정 원천이 기부금이 아닌 정부 보조금, 등록금, 수익사업, 모법인의 전입금 등이 상당해서 당장 모금을 하지 않아도 살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곳들은 모금에 덜 신경을 쓴 대신 모금의 결과가 단체의 한 해 사업과 살림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곳들은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차이가 갈수록 크게 벌어졌다. 오히려 이제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과 무관하게 모든 단체들이 모금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20년간 모금을 열심히 하지 않은 곳들은 그 역량과 지식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규제의 강화와 완만한 모금 성장
2010년대 이전에 기부금 및 공익법인에 대한 정부정책이 주로 활성화에 집중되었다고 한다면 2010년이 이후는 관리 감독의 강화 즉, 투명성의 강화에 초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2) 매년 공익단체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모금활동이 왕성해지면서 일부 투명성의 이슈를 제기하게 되는 부정적인 사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기부의 성장에만 주목하느라 공익법인의 운영 및 기부금 모금과 사용에 대한 바른 안내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했고 정부로서도 이를 맡아서 책임 있게 관리 감독을 수행할 구조가 마련되지 않았던 결과인 것이다. 개별 활동을 하는 공익단체들의 입장에서는, 정부로부터 원칙과 지침이 충분히 안내되지 못했고 적절한 정보를 고르게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자력으로 투명성을 높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게다가 시중에 뜨겁게 회자되는 부정적인 사건들 중 상당수는 공익 단체가 아닌 개인의 몰이해 또는 불법기관들의 고의에 의한 것이라서 민간단체들로서는 다소 억울하게 대우받는 느낌이 강하기도 했다. 한편 기부금 관리 감독의 양대 축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부처 간 입장 차이도 존재했지만, 민간단체와 공식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일원화된 창구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민간의 입장 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매년 관리 감독의 수위를 높여가기 시작하면서 다소 일방적인 듯한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에는 공익 법인과 민간 기부금 제도에 대한 종합적인 식견으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안이기도 하다.
2013년 기부금 공제제도가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기부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공제제도 변화로 인해 직접 영향을 받은 고액기부뿐만 아니라 기부의 주류를 이루었던 소액 정기 기부도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민간단체들의 지나친 경쟁적 모금활동으로 인한 기부자 피로도 증가, 단체마다 서로 차이점 없이 비슷하게 연출되는 모금 콘텐츠와 모금 방식에 대한 식상함, 투명성에 대한 우려 등이 작용했다고 보인다. 전체 기부금 규모의 성장은 점차 완곡해지고 있지만, 단체의 규모에 따라 모금 성과가 달라지는 이른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모금에 노골적으로 드러나면서 기부금이 한 쪽으로 몰리고 있다. 또한 모금을 하는 민간단체들 사이에도 일종의 브랜드 효과가 생겨나서 더 유명하고 인지도가 높은 단체에 기부가 몰리는 반면 지역의 소규모 시설이나 영세한 단체들은 모금에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규모 단체들은 전통적인 대면의 관계형 모금을 지향하는 한편, 대형 단체들은 마케팅적 기법과 요소가 상당히 짙어진 공격적 모금을 강화했고 모금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 규모에 따라 기부금 성과도 달라지는 것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그 결과 최근의 모금은 브랜드와 마케팅이 강하게 결합된 방식을 지향하는 추세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민간단체는 매우 극소수에 해당하는 몇몇 대형 단체들 뿐이니 빈익빈 부익부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지원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변화
우리나라의 비영리 활동에는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상당한 역할을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공식화된 비영리 단체 통계가 없어서 정확한 지원 비율을 따질 수는 없지만 사회복지법인 및 시설에 대해서 정부는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고 일부 보조금 사업으로 민간단체의 프로그램 사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국고 보조금은 상당히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감소했다고 보인다. 통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복지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전체 국고보조금 규모(총 지출 대비 비중)는 2012년 46.0조 원(14.3%)에서 2019년 77.9조 원(16.6%)까지 증가했고, 이 증가 속도(연평균 7.8%)가 정부 총지출 증가 속도(연평균 5.6%)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난다.3) 그 중에서 사회복지분야의 국고보조금 규모는 2019년 46.1조 원으로 전체 국고보조금의 59.2%를 차지하는데 이는 농림수산, 환경, 문화 및 관광,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보다 5배 이상 크며, 증가율도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그런데, 이 중 상당 부분은 기초연금, 의료급여, 생계급여, 영유아보육료, 아동수당 등 의무지출에 해당(2012년 14.8조 원(32.3%)에서 2019년 33.1조 원(42.5%) 증가하며, 기관의 사업과 운영 등을 지원하는 재량지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난다(2012년 31.1조 원(67.7%)에서 2019년 44.8조 원(57.5%)으로 규모가 증가하였으나 비중은 감소). 즉, 보조금의 규모는 증가했지만 민간 활동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재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한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 중에서 약 40% 내외를 차지하여 단체들의 프로그램 운영에 큰 도움이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활동이나 기부의 흐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간단체들에게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2020년 초에 발행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트렌드 연구에서는 지난 10년간 국세통계연보에서 보고된 기부금 신고액을 확인한 결과, 2007~2010년까지는 약 3조 5천억 원 수준이었으나 2011년 처음으로 4조 원대를 돌파한 후, 2014년 4조 9천억 원까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데, 2017년 국세청에 신고된 기업기부금액은 약 4조 6,322억 원으로 확인되었고, 2015년 이후 법인기부금액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기부금을 신고한 법인수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7년에는 37만 2천여 개의 법인이 기부금 신고를 한 반면, 2017년 69만 5천여 개의 법인이 기부금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총 기부금액이 줄어들지만 신고법인수는 증가한 것은 곧 1개 법인당 기부액이 하락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수의 기업이 많은 기부금을 내던 것에서, 다수의 기업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기부금으로 기부활동에 참여하고 있음을 말한다.
최근의 정부와 기업의 민간 지원의 흐름은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서비스의 확대, 정부 역할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 향상, 기후위기와 ESG(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의무 이행 등으로 인해 정부와 기업들이 감당해야 하는 필수적인 부담들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니, 결과적으로 이들로부터 민간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자원을 공급받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사회와 기술의 발전과 모금 다변화
2000년대부터 민간단체의 모금에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집중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했다. 단체들은 경쟁적으로 미디어와 협력했고, 기업과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새로운 시도를 펼쳤다. 2010년 전후로 모든 기술의 발전은 스마트폰으로 집약되었다. 그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던 결제 방식들은 현금 지출, 지로 납부, 무통장 입금, CMS 자동이체, 신용카드 결제 등이었다. 그런데 2010년 전후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각종 앱이 활성화되고, 핀테크 기술이 모바일에 탑재되어 모바일결제가 가능해졌고 사람들의 소비 방식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부각된 개념이 ‘플랫폼’이다. 플랫폼은 다양한 목적지를 향해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노선으로 출발하는 기차역 안의 공간에서 따온 개념인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하나의 사이트나 공간에서 만나 서로가 원하는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고안된 특정영역을 가리킨다. 예를 들자면, 카카오나 인스타그램,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것이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특정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들이 상호 연결되는 특징이 있는데, 이 플랫폼들이 모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모금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플랫폼들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 선택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한 모금이 매우 활발하게 되었다.
한편 기부의 내용이 다양해졌다. 과거에 현금 기부가 주류를 이루었더라면 점차 현물 기부나 식품기부, 재능기부도 증가했고, 주식, 블록체인,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기부도 늘어났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 사회의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는 뜻도 되지만, 민간단체들의 자원 확보 활동이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시민들의 기부참여도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민간단체들이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스스로 요청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인식과 행동양식이 그에 호응하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자원 연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민간단체들이 스스로의 사회적 미션을 공유하고 시민의 참여를 요청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을 수 있고, 그 지원되는 자원의 내용도 폭넓고 다양하게 이루어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었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비영리의 윤리에 대한 도전
최근 비영리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비영리가 비도덕적이라고 해석할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급격한 기부금 규모의 성장에 비해 기부금 행정 및 재무관리의 원칙이 빠르게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의 소지들이 사건처럼 불거지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것 같다.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려면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서 원인과 과정과 결과를 차근차근 짚어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서 여기서는 짧은 언급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어진 오해에 대해 적절하게 해명하거나 대처하지 않음으로 인해 그 오해가 마치 진실인 양 굳어지게 되는 것에 대해서 민간단체들은 두고만 보아서는 안될 것이다. 기부금을 모으는데 집중한 나머지 기부금을 내고 있는 기부자, 즉 시민들과 민간단체들이 반드시 공유해야만 하는 어떤 개념과 정보들에 대해 알리는 것을 소홀히 했던 것을 인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태도와 노력으로 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단체가 해야 할 최우선 사항들은, 기부금과 관련한 법제도적 차원의 의무 이행사항과 필수요건들을 잘 이해하고 이행하고자 노력하며, 필요하다면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서는 정부에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또한 민간단체들의 목적 사업 실행과 목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내부자 뿐만 아니라 기부자와 이해관계자들에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투명성에 관한 한 우리끼리 조용하게 어려움을 감내하는 것이 결코 미덕이 아니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오히려 기부자들과 지지자들에게 함께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이다.
결국 민간단체가 직면한 투명성 이슈는 단체로 하여금 다시 본질을 바라보도록 요구한다. 민간단체의 힘은 시민에게 있다. 어쩌면 우리는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비교적 큰 규모의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더 수월해서 고작해야 푼돈을 주는 인심 좋은 기부자와의 소통보다 프러포절에 더 집중해 온 나머지 소통하는 법을 잃어버렸을 수도 있다. 이 시기에 투명성 이슈가 등장한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모금의 변화
2020년, 전 세계의 모금 활동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연초부터 세계를 긴장하게 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세는 몇 달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르고, 가뜩이나 쪼그라든 경제상황 속에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차갑게 만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대부분의 민간 비영리단체들은 올해 모금이 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미국에서도 2020년 1/4분기 미국 비영리조직의 수입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비영리단체들은 올해 모금에서 선전했다. 상반기를 지나면서 보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102,529,286,569원, 재해구호협회 96,220,547,317원, 대한적십자사 83,455,423,000원으로 3대 재난 모금기관의 모금합계액이 약 2822억 원에 달했고(8월 11일 기준, 출처는 각 기관 홈페이지) 한 언론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국민성금 모금을 분석하면서 국내 재난 사상 최고 모금액4)”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총량으로 보면 예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기부금 모금이 이루어졌고 – 정확한 것은 국세청의 통계가 나와야 알겠지만 – 기부에 참가한 사람들의 숫자도 역대급에 달할 것이라는 비영리 관계자들의 제법 근거 있는 추측들이 들린다. 이유가 무엇일까? 많은 단체들이 코로나로 인한 모금 감소에 바짝 긴장을 하고 더 열심히 활동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시민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어 평소보다 기부에 참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실현되었기 때문일까. 아마도 두 가지 다 해당이 될 것 같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전통적인 모금방식인 대면활동이 거의 불가능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모금이 되었다는 것은 비대면 방식의 모금활동이 가속화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 말은 비대면 의사소통이 능숙한 단체들이 모금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의료와 보건뿐만 아니라 기업과 경제, 사회활동과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비대면 사회를 앞당긴 촉진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모금도 예외가 아니어서 대면모금이 중지된 상황에서도 단체들은 부지런히 나름대로의 방법론을 찾아냈는데, 버추얼 방식, 디지털 방식, 랜선 방식 등 명칭과 채널이 조금씩 다를 뿐 모두 비대면 방식이다.
<그림2-1> 국민성금모금액
*출처: 조선일보(http://futurechosun.com/archives/47280)
영역을 불문하고 전문가들은 바야흐로 버추얼시대가 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2020년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해 묻는 해였다. 많은 민간단체들이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앞뒤가 꼭꼭 막힌 비대면 상황에서 수행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을 지나는 동안 전 세계는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비대면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연말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능숙하게 비대면의 송년회와 연말 인사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렇다면 2021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 생각에는 어떤 내용으로 소통할 것인지가 중요해지는 해가 될 것 같다. 소통의 방법을 찾고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한 만큼 무엇을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도 또한 중요하다. 민간 비영리 단체들의 본질은 사회 가치 실현이고, 그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버추얼 영역은 가치의 실현도, 그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쉽지 않다. 2021년에 민간단체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좀 더 애써야 할 것 같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단체가 그동안 묵묵하고 성실하게 감당해 온 일들은 버추얼 시대에도 여전히 단체를 기다리고 있다. 그 본질적인 역할과 비대면을 결합하는 노력을 통해 민간단체들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1) 노연희 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20 기부 트렌드
2) 노연희 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2020 기부 트렌드
3) 한승희, 2019,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사업의 현황과 집행실적 분석, 한국재정정보원
4) 조선일보, 더나은미래(2020.3.18.) “코로나19 기부금 흐름 분석” http://futurechosun.com/archives/47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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